우버 코리아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철회한 이후 4년 이상 지났지만 한국내 승차 공유 서비스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카풀(승차 공유)서비스에 대한 '상생 방안'에 합의했지만 '타협안'은 택시기사와 승차공유업체 양측의 반발로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타협이 이루어진 바로 다음날 '서울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은 합의안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5월 14일에는 '승차공유 이용자모임'(3만8000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카풀 운전자 단체)이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합의안에 있는 총 6개항 가운데, 카풀 관련 조항은 한 개뿐이며, 나머지 5개 항은 택시 업계의 발전과 처우 개선안으로 택시 기득권 챙기기에만 급급한 합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유일하게 카풀과 관련된 한 개 조항도 출퇴근시간 이외와 주말, 공휴일에는 승차 공유를 불허(不許)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카풀'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버, 리프트, 그랩, 디디추싱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전세계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을 석권하는 동안 우리는 4년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셈이다.
승차 공유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근간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얼마전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공유경제 활성화'가 국가의 기본정책이지만 이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과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마주 앉아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면, 정부가 승차 공유를 인가(認可)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택시 면허 가운데 70%가 개인택시다. 개인택시 기사에게 택시와 면허는 전 재산이며 유일한 생계수단이고 노후를 대비한 자금의 전부다. '카풀'로 전 재산과 생존을 위협받는 택시기사들과 승차 공유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과연 가능할까?
앞으로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승차 공유와 같은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은 모두 자동화를 통한 '무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앞으로 일자리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협받는 계층이 끊임없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택시기사는 퇴출 1순위가 된다.
유사 이래 인류가 새 기계나 신기술과 싸워 이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러다이트 운동'으로 알려진 기계파괴운동도 공장의 등장을 막지는 못했다. 1920년대에 전차와 택시가 도입되면서 경성(서울)시내 5000여명의 인력거꾼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한때 서울에만 3만명이 넘었던 버스 안내양도 기술 진보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기술의 변화로 사라지는 직업이 생기고 이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는 계층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금처럼 혁신 과정에서 일자리를 빼앗기고 생존에 위협받는 계층과의 '사회적 대타협'을 신규사업 인가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면 한국에서 미래 혁신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의 혁신은 이해 당사자간 타협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는 정부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부의 역할은 혁신 과정에서 사라지는 직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에 위협받는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교육을 통해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적 틀'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