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전후, 한국의 최대 기술개발 과제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었다. 해방과 전쟁의 시기인 1950년 한 무명 발명가가 만든 연탄 화덕은 취사와 난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황폐화 돼 가는 산림을 보호하는 획기적 기술이었다. 휴전 논의가 오가던 1952년에는 대한제분 복구를 시작으로 제분산업이 기초를 다졌다.
1959년에는 국내 최초 전자제품 생산기업인 금성사가 최초의 국산 진공관식 라디오를 생산했다. 1961년 준공된 충주비료공장, 1975년 개발된 현대자동차 포니(사진), 1986년 세계 10번째로 개발된 전전자교환기는 한국 화학, 자동차, ICT산업의 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시초기술'이었다.
산업기술 석학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회장 권오경)이 해방 이후 2015년까지 70년간 산업기술 발전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산업기술발전사'를 발간하고, 11대 산업별 시초기술과 제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공학한림원은 3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4년간의 발간과정을 소개했다.
산업기술발전사는 총 10권 분량으로, 모든 산업의 발전과정을 기술에 초점을 두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속 성장은 국제적 주목을 받았지만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공학한림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2016년 편찬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4년간 총 400명이 참여해 편찬작업을 해 왔다. 발전사에는 산업기술 발전과정을 기술도입기·체화기·선도전환기·선도기로 구분해 담았다. 기술개발 과정과 주체, 핵심 내용, 위기 극복과정, 다른 산업에 미친 영향, 에피소드도 실었다.
공학한림원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촉진제가 된 11대 산업의 시초기술과 제품을 선정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꼽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5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4시간으로 당겨지면서 경제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또한 △1919년 민족자본에 의해 설립된 경성방직을 통한 면방직 생산 △1963년 대동공업의 국내 최초 동력경운기 개발 △1983년 녹십자의 세계 3번째 B형 간염백신 개발 △1973년 포항제철의 고로 첫 출선 △1952년 대한제분 설립과 국내 최초 밀가루 출시가 시초기술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1950년 연탄화덕 도입 △1975년 현대차 포니 개발 △1959년 금성사 국내 첫 진공관식 라디오 생산 △1986년 세계 10번째 전전자교환기 TDX-1 개발 △1961년 충주비료공장 준공과 요소비료 생산은 에너지자원·운송장비·전기전자·정보통신·화학산업을 일으킨 시초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산업기술 개발 주역의 경험담과 한국 특유의 산업기술 발전모델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이 책자가 산업계와 연구계, 학계 전반에 귀중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일제강점기까지 포함해 지난 100년간의 산업기술 100장면을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발전사 편찬기획위원장을 맡은 최항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총 10권의 한국산업기술발전사는 해방 후 70년간의 산업기술 노하우가 집대성된 귀중한 사료이자 새로운 혁신동력을 찾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저작물임에 틀림없다"면서 "후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랑스러운 고도성장을 일궈낸 선대 산업기술인들의 노력이 오롯이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