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들어갑니다 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오른쪽)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왼쪽)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물적분할)로 지주회사가 된 '세계1위 조선사' 한국조선해양(KOSE)이 3일 닻을 올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원천 무효'로 규정하고 법정소송을 선언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KOSE는 이날 오전 본점 소재지인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본점 소재지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KOSE는 조선 자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연구·개발(R&D),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한 기술중심회사로 운영된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과 분할 후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지방법원에 분할과 관련한 등기를 각각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법인분할 주총은 원천 무효"라며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를 등에 업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세계 1위 조선사가 본격 출항 채비를 마치자마자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형국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1차 현장 실사도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생산시설인 거제 옥포조선소에 도착했지만,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정문을 봉쇄한 노조에 가로막혀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하태준 대우조선지회 정책기획실장은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체 대화는 없다"며 "더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신상기 대우조선해양 노조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2차, 3차 현장 실사를 시도하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계와 정치권도 현대중공업 노조에 힘을 보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를 포함한 이들 노조는 "일부 대주주와 사전 모의, 장소를 변경해 날치기 처리한 주총은 원천 무효"라며 "무효로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노동위원회도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 주총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회하고 현대중 노동자와 울산시민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협상하라"고 촉구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 역시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날치기 현대중 주총은 정당성이 없고 명분 없이 진행된 폭거"라며 "울산 각계각층은 일방적 법인분할과 현대중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으로 인한 울산 고용불안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정한 옥포조선소 실사 기간은 이날부터 14일까지 2주간이다. 현장 실사를 하지 않더라도 인수 절차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현대중공업은 인수계약에 실사 절차가 포함돼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된다. 실사 기간 유형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선박·해양플랜트 공정률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