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11번홀 버디 잡고 선두 올라 "16번홀부터 마지막 세 홀이 가장 긴장" 한국무대 평정하고 2년전 미국 진출 역대최대 우승상금 100만달러 받아
이정은이 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열린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단독 6위로 대회 최종 4라운드를 출발한 이정은은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우승한 어떤 대회보다 느낌이 다릅니다. (힘들게) 골프를 했던 것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74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를 제패한 이정은(23)이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은은 2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LPGA 투어 데뷔 시즌에 '메이저 퀸'에 등극한 이정은은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16번 홀부터 마지막 세 홀에서 긴장이 됐다"며 "그래도 전반에 플레이를 잘 했던 것이 후반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선수로 10번째 US오픈 챔피언이 된 그는 "샷 감각이 괜찮아서 버디 기회가 많았다"며 "1번 홀부터 보기가 나왔지만 (보기로 막은) 마무리가 좋아서 오히려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96년 5월 28일생으로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생일을 맞았던 이정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이정은은 골프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어크리크배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그해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 중 권위를 인정받는 호심배를 제패한 이정은은 이후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이 됐다.
이정은은 2015년 유니버시아드를 마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준회원 테스트에 합격, 이후 3부 투어 우승, 시드전 통과 등의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2016년 KL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2017년은 말 그대로 '이정은의 한 해'였다. 그는 KLPGA 투어 상금과 대상, 다승, 평균 타수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고 여기에 베스트 플레이어, 인기상 등까지 독식했다.
이정은은 2년 전 US오픈을 제패한 박성현(26)처럼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2018년 이정은은 한국과 미국 활동을 병행하는 중에서도 상금 9억 5000만원으로 1위, 평균 타수도 69.87타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8년 11월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LPGA 투어 출전 자격을 획득한 이정은은 일찌감치 올해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지목됐다. 4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아버지(이정호 씨)를 생각해 미국행을 잠시 망설이기도 했었다.
이정은은 이날 공동 2위 유소연(29), 에인절 인(미국), 렉시 톰프슨(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단독 6위로 출발했지만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1위로 통과하고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이 9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이정은은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9000만원)도 받았다.
US여자오픈은 올해부터 우승상금을 역대 최다인 100만 달러로 인상했고, 이정은이 이 상금의 첫 주인이 됐다.
이정은은 우승 트로피, 금메달과 함께 US여자오픈 10년간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정은은 이날 선두에 2타 뒤진 단독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그러나 곧바로 2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10번 홀(파4)에는 세컨드 샷이 그린 뒤 러프로 굴러 내려가 위기를 맞았지만 파로 잘 막았다.
이정은의 상승세는 가장 까다롭다는 11번 홀(파3)에서 시작됐다. 11번 홀 티샷을 핀 약 2.3m에 붙이며 손쉽게 버디를 잡고 선두로 올라섰다.
12번 홀(파4)에서는 1.5m 버디 퍼트에 성공해 연속으로 타수를 줄였다. 이정은은 15번 홀(파5)에서 추가 버디를 잡아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16번 홀(파4)에서 보기로 주춤했다.
18번 홀(파4)도 보기로 마무리했다. 티샷을 러프에 빠트린 이정은은 약 3.35m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기록했다.
1타 차로 마지막까지 추격하던 셸린 부티에(프랑스)가 18번 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져 공동 5위로 밀려났다.
이정은은 10번째(9명째) 한국인 US여자오픈 우승자다.
앞서 1998년 박세리(40), 2005년 김주연(38), 2008·2013년 박인비(31), 2009년 지은희(33), 2011년 유소연(29), 2012년 최나연(32), 2015년 전인지(25), 2017년 박성현(26)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