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제재로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24%까지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실제로 화웨이 폰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블랙리스트 지정계획을 밝히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게 됐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들은 애플·화웨이 등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폭스콘이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일부 가동 중단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미 정부의 제재 영향으로 글로벌 통신사들이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를 중단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영국 EE, 보다폰은 화웨이 5G 폰 출시를 보류했고 일본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KDDI도 화웨이 스마트폰인 'P30' 사전판매 계획을 미뤘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화웨이가 6개월 어치의 스마트폰 부품 재고와 9~12개월 분량의 5G 기지국 부품 재고를 보유해 당장에는 스마트폰 생산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부품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단말기 출시 보류, 판매부진이 현실화 되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끌어내릴 전망이다.
화웨이는 지난 1분기 59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지난해 대비 50.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19%에 달했다. 내년까지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화웨이 퇴출' 압박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1위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장조사기업인 푸본리서치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은 미 제재가 계속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4~2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5800만대로 예상했던 푸본리서치는 최악의 경우 2억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약 24%, 내년에는 23%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와 내년을 합친 출하량 감소폭은 약 1억대로 추산되고 있다.
화웨이의 예견된 부진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폭스콘을 비롯한 거래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핵심 공급사 중 36%가 미국, 60%가 아시아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일본, 대만이 각각 27%, 12%, 11%를 차지한다. 특히 대만 폭스콘은 단일 기업으로서 화웨이 전체 구매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최근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전쟁 상황을 준비 중"이라면서 상황이 위중함을 시사했다. 폭스콘은 또 이례적으로 공시를 내고 "일부 고객사의 주문량에 변동이 예상되지만 전체적인 주문량 증감량을 고려했을 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회사는 화웨이 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의 최대 조립기업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한가운데에 낀 상황이다. 애플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 폭탄과 중국 소비자들의 반미 감정으로 겹악재에 처한 상황이라 폭스콘은 미중 무역분쟁속에 이중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폭스콘은 애플 리스크에 대비, 중국 내 아이폰 생산라인을 인도 등으로 이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대응해 중국도 블랙리스트 기업을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IT 산업 전체에 후폭풍이 우려된다.
중국은 정치적 이유로 자국 기업을 거래 대상에서 배제한 기업을 지정 대상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퀄컴·인텔·구글·MS 등 미국 ICT 기업도 중국 기업과의 거래중단에 따른 타격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애플에 대해서도 화웨이와 비슷한 '보안 우려'를 이유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퀄컴·인텔·애플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각각 69%, 40%, 19%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블랙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개발, 부품공급, 제품판매와 관련해 얽혀 있어 삼성·SK·LG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