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활 길은 '신산업 창출'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해외에 있는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보다는 신산업의 기회를 열어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새 생산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한 가전업체 임원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가전을 다시 살리는 방안에 대해 이 같이 조언했다.가전을 비롯해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구조 상 미국처럼 생산공장의 국내 유턴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신산업 창출로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유턴이 어려운 주 이유로는 가장 먼저 최악의 노동 경쟁력을 꼽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의 민간 조사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0∼2017년 연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4.1%), 독일(4.0%), 프랑스(2.9%)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까지 겹치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공장과의 생산력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기업 공개 등 경영구조 선진화는 빠른 속도로 이뤄진 반면, 노동시장은 여전히 과거 1990년대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다"며 "공장 유턴 시 기존 공장 노조원들과의 마찰 등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호무역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해외에 생산기지를 지을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최근 준공식을 한 LG전자 미국 세탁기 공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도 미국 현지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검토 중에 있다.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주저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많지만, 산업 구조 상 다수의 대기업의 부품·협력사들은 유턴할 방법이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이 국내(지방)로 복귀하는 경우에도 지방 신증설 투자 등과 마찬가지로 입지·설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유턴기업 지원 추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유턴한 대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의 투자는 국내보다 해외를 향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해외직접투자(송금액 기준)가 전년보다 11.6% 늘어난 497억8000만 달러(약 56조1450억원)를 기록,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전장기업 등 다른 제조업의 해외 공장 증설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TV와 자동차, 스마트폰 등 주력 제조업의 경우 수출 비중이 워낙 높고, 중국 등과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들 제조업을 국내에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보다 헬스케어 가전이나 서비스·제조업 융합과 같은 신산업을 육성해 국내 시장을 경쟁력 강화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가전의 경우 TV 부품을 만들다 TV 완제품까지 영역을 넓혔고, 그 결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두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