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출범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특사경 출범은 당초 5월 초 전후 출범이 예고됐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 간 수사 범위를 둘러싼 갈등 속에 예산 편성을 둘러싼 불협화음까지 불거지면서 6월 출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올해 특사경 출범을 위해 요구한 약 7억원의 예산을 금감원 예비비에서 충당키로 최근 내부에서 결론을 내렸다. 당초 금감원은 추경예산을 요구했다. 양 기관은 특사경의 수사 범위 등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초 특사경의 수사 범위를 증선위원장이 정하는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한정키로 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어 22일 금감원이 인지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의 제·개정을 예고하면서 수사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예산을 심의·승인하게 돼 있다. 금융위가 예산권을 틀어쥐고 있지만, 종합검사를 비롯해 특사경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표출돼 왔다"면서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굵직한 자본시장 이슈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두 기관의 갈등 구도는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앞서 두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감원 예산안과 경영평가와 금감원의 공공기관지정을 놓고 부딪쳤고, 올 들어서는 오는 3월로 예정된 금융사 종합검사를 놓고도 시각차를 보였다. 금융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금융사의 건전성·소비자보호를 감독하는 '금감원'은 매주 동일 자료를 중복으로 내고 있다. 이에 금감원 측은 "보도자료 중복배포는 출입기자가 달라서 일 뿐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지난 1998년 출범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후신인 금융위원회는 2008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을 가져오면서 명칭에서 '감독'을 뗐고, 금감원도 이 때 분리돼 독립된 집행기구로 자리했다.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금융사의 건전성 및 소비자보호를 감독하는 '금감원' 간 기능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해묵은 갈등이 되풀이 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연말 문 대통령에게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해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할 만큼 갈등은 격화됐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