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수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에 섰다. 조 회장의 데뷔 무대는 세계 항공 업계 최대 규모 행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로, 그가 국내 최대 항공사 대표로서 세계 항공 산업계에 존재감을 표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도 풀었다는 평가다. 조양호 회장은 처음 한국에서 IATA 총회를 개최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4월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조원태 회장은 부친의 바통을 이어 IATA 연차 총회 의장을 맡아 개막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조원태, 국내외 '공식' 총수 입증…세계 항공업 영향력 확대 =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75차 IATA 서울 연차총회가 개막식을 갖고 본격 일정에 돌입했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오랜 전통을 기리기 위해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자, CEO(최고경영자)를 의장으로 모시고 싶다"며 "75차 연차총회 토론을 이끌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가운데 의장석에 앉아 총회를 진행했다. 그는 "이번 총회가 항공업계에 다가올 여러 기회와 위기, 도전들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5월 정부로부터 공식 '총수'로 인정받았다. 일부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대상인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에서 한진그룹 차기 총수(동일인)로 조원태 회장을 직권 지정했다.
정부 '공인' 회장직에 오른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조원태 회장은 이날 120여 개국, 290여 개 항공사 등 항공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한 항공업계의 UN(국제연합) 회의에서도 '회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실제 조원태 회장은 이날 집행위원회(BOG) 위원으로 선임됐다. IATA 집행위원회는 세계 항공사 최고 경영자 중 전문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선출된 31명의 위원과 사무총장으로 구성된다.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공석이 된 자리를 아들이 채우게 된 셈이다.
앞서 전날인 1일에는 세계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이끄는 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스카이팀은 현재 19개 회원사가 175개 취항국가, 1150개 취항 도시를 연결, 연간 6억3000만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적 항공동맹체다.
◇하늘에서 지켜본 조양호…대를 이은 '수송보국' = 본격적인 개막식에 앞서 조양호 회장이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서 참가자들을 맞았다.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대한항공 조양호 전 회장이 돌아가셨다"며 "IATA 많은 기여해주신 분이며 우리 업계 훌륭한 리더를 잃었다"고 했다.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한 묵념이 이어졌다. 행사 참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번 IATA 서울 연차총회는 조양호 회장이 동분서주한 결과물이다. 그는 IATA에서 최고 정책 심의와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위원과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을 맡았었다. IATA 집행위원은 1996년 이래 8번째 연임했으며, 전략정책위원은 2014년에 이어 2번째 연임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세계 항공산업에서 대한민국의 발언권도 높아졌다. 이는 올해 IATA 연차총회를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하는 기폭제가 됐다. 주니악 IATA 사무총장은 "서울은 세계 항공의 수도"라며 "며칠 동안 회의를 개최할 수 있게 됐는데 파트너 지지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조원태 회장은 선대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제공>
2일 열린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개막식 참석자들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기리기 위해 묵념하고 있다. <한진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