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말하는 역사·문화·신화

길고 긴 나무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강경이 옮김/클 펴냄


5월은 10월과 함께 나무의 계절이다. 나무가 사람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때는 신록이 나날이 풍성해지는 5월과 단풍과 낙엽으로 변모하는 10월일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초까지 나목(裸木)이 돼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다. 사실 나무처럼 인간과 친근한 생물도 없다.

'길고 긴 나무의 삶'(원제 'The Meaning of Trees')은 그런 나무에 얽힌 역사·문학·예술·신화적 스토리를 풀어낸 책이다. 영문학 교수인 저자가 동서양 인류 역사에서 나무와 연관된 이벤트나 의미를 끄집어내 흥미롭게 나무를 품평한 에세이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이 섬세하니 묘사가 적확하다.

17가지 나무가 등장한다. 그 나무마다 테마가 있다. 쾨펜의 D기후지대(냉대지방, 기후변화로 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에 속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사이프러스를 비롯해 시커모어(유럽산 단풍나무) 등 낯선 나무에 얽힌 스토리도 있지만, 벚나무와 주목 소나무 사과나무 버드나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들도 등장한다. 벚나무에 얽힌 스토리에는 한국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벚나무는 '사쿠라'라며 일본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돼 한국에서는 해방 후 일본 점령군이 심었던 벚나무를 캐내는 일이 일어났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도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벚나무 유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벚나무에 대한 '오해'가 많이 가시고 있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취재력과 박람강기에 놀란다. 책을 끼고 수목원이나 숲길을 거닐며 책에 나온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와 의미를 음미하며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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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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