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난 22일이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충북 오송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메모리 반도체, 수소차-자율차 등과 함께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국가 성장산업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연간 4조원대에 달하는 R&D(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신약 및 미래 헬스케어 산업의 기반이 될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사업이 조기 시행된다.
과거 선진국의 신약과 기술들을 단순 복제 판매하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오는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 달러의 수출액을 올리는 국가 성장산업으로 끌러 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와 바이오 업계가 모처럼 미래비전을 공유하며 샴페인을 터뜨린 그 시각,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바이오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대표와 삼성전자 관련 임원들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영장 심사결과, 25일 법원은 "협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기각 처리했지만, 나머지 두명의 삼성전자 임원은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25일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2차 결정에 반발해 서울고법에 재항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증선위가 서울행정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사건을 기각 처리하고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사법당국이 기존 결정을 뒤집고 증선위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바이오는 사실상 경영이 마비되는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정부, 사법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삼성바이오는 물론 삼성그룹 수뇌부를 겨냥하면서, 삼성바이오는 이미 경영마비 상태에 직면해 있다. 삼성바이오의 올해 최대 역점사업인 제3 생산공장 증설 사업은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 졌고, 대내외적인 신인도 하락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 사태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 업종의 R&D(연구개발) 회계처리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메이저 제약사에서 바이오 벤처들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이 급감하면서 큰 홍역을 치뤘다. 실제 코스닥, 코스피에 상장된 일부 바이오 제약사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거절까지 당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현재와 같은 회계기준 이라면 R&D에 사운을 걸고 있는 상당수의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우량기업에서 갑자지 적자기업이나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금융당국이 R&D 비중이 높은 바이오 업계의 산업적인 특성은 전혀 반영하지 못한채 회계기준을 밀어부친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연간 4조원대의 R&D 재원을 쏟아붓고 규제완화를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이를 100% 신뢰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실제 정부가 밝힌 바이오헬스 활성화 정책은 첨단재생의료·의약품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등의 법 개정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실제 국회에서 법개정과 예산 반영이 얼마나 충족될지도 의심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공개석상에서 바이오 산업을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했다. 정부를 믿고 따라와 주면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문재인 정부의 바이오 정책에 많은 기업들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도 그렇지만, 바이오 산업정책도 정부와 기업, 개인간 신뢰가 생명이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또 기업은 그 정부를 믿고 연구개발 하고 투자해 결실을 거두는 신뢰의 프로세스가 정착될 때 만이 국가와 기업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