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 빌딩 잇달아 매입 미국보다 조달비용·환헤지 이점 높아…"투자 보폭 확대 추세"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한국 시장에서 이탈한 투자 자금이 유럽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보다 현지 조달비용이 낮은데다 환헤지 이점이 맞물리며 안정적 수익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유럽 부동산 매입에 나서면서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을 기회 삼아 주변국으로 투자 보폭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피스를 약 3500억원 규모로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스테르담은 브렉시트를 염려하는 유럽 주요국 기업들이 영국 런던을 대체할 도시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빌딩(에지 암스테르담 웨스트)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가 입주하고 있어 투자매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암스테르담은 브렉시트에 따른 런던의 금융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부상하고 있는 도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 비중이 높은 영국 금융업이 브렉시트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런던"이라며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관들의 설문조사를 보면 런던의 금융사들이 런던 대체지역으로 선호하는 곳은 더블린과 룩셈부르크,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 등의 순이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빌딩을 약 2000억원 규모로 매입했다. 지난해 2월 인근 외교부 청사 건물을 약 5000억원 규모로 인수한 데 이어서다. 브뤼셀 북부에는 지난 2017년 삼성증권이 약 5000억원을 투자한 건물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에도 프랑스 파리 부도심인 라데팡스에 위치한 빌딩을 인수했다. 프랑스전력공사 자회사 등이 입주한 '투어유럽 빌딩'으로 투입자금은 약 1700억원에 이르며 기대 배당수익률은 연 7%대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티센터 빌딩' 매입에 약 3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했다.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데다 임대수익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절반은 현지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KTB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 부동산펀드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3월 체코 프라하 발트로브카 복한 단지 내 빌딩을 약 320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증권사들의 유럽 부동산 인수 소식은 더 나올 예정이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슬로바키아에 위치한 아마존 동유럽 물류센터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18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오는 7월 투자규모와 방식이 확정 되는대로 가시적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주로 미국 부동산에 집중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올 들어 유럽 내 부동산 투자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이후 미국 부동산의 환헤지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매물 인수를 중심으로 한국의 신규 해외투자가 유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핵심은 런던이었는데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시장, 특히 런던의 금융허브 분산 가능성이 점쳐지자 최근 외곽으로 시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리서치회사인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2017년 2%에 불과했던 한국 자본의 런던 오피스 빌딩 매수자금 비중은 지난해 16%로 증가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KTB투자증권은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한 티센터 빌딩에 약 3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마쳤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