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1000여만원 못받으면 사실상 현지 경쟁 못하는 셈 사드 후 이유없는 배척 지속 공장까지 지은 우리기업 타격 중국산은 우리나라서 보조금
'사드의 저주' 못 벗어난 기업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또 떨어졌다. 지난 2016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벌써 3년째다.
반대로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는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보조금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얄미울 수 있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갈 경우 오히려 중국 정부에 보조금 제외의 명분만 만들어 줄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발표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 전기차 4종과 충칭진캉의 전기차 1종에 대해 보조금 지급의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해주면서 업계는 중국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기대했다. 이후 두 회사는 중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이번에도 지급 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최근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1000만원 안팎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현지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했다.
이 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5월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베이징벤츠 전기차가 형식승인을 통과했지만, 지금까지도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산 배터리 배제의 이유를 명확하게 공개한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사드 보복을 빌미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12월 29일 오전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차량을 발표하면서 한국업체 배터리 장착 모델 4개 차종을 포함했다가, 약 5시간 뒤에 별다른 해명 없이 돌연 삭제하면서 사드 보복 의혹을 증폭시킨 적이 있다.
사드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창청자동차를 비롯해 상하이자동차, 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등 다수의 중국 완성차 업체에, 삼성SDI는 위통과 포톤, JAC 등에 각각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를 위해 현지 배터리 제조공장까지 지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현지 매출은 급감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3년 째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단 한번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서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우리 요청을 무시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 이후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면 한국산 배터리에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규제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반대로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보조금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버스 판매 보조금 중 40.4%가 중국 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중국 BYD 역시 한국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배터리 등 부품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가 중국에서 받는 차별만큼 우리 정부도 똑같이 대했으면 좋겠지만, 되려 중국 정부의 한국산 배제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득될 것이 없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