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동남아 가자"…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롯데는 '사드 보복'의 중심에 있던 그룹이다. 100여개에 달했던 중국 내 롯데마트는 사드 이슈 이후 집요한 공격에 시달리며 수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롯데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 관광객들로 발 들일 곳이 없던 명동 롯데면세점은 직원이 손님보다 많은 매장이 됐다. 한중 관계가 해빙 모드에 들어선 최근까지도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롯데'는 금기어다.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롯데그룹은 여전히 '사드'의 영향권에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졌기 떄문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중국에 각각 3개 공장을 갖고 있다. 이 중 4개 공장을 상반기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롯데 계열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중국 내 112개 점포를 보유했던 롯데마트는 전 점포가 매각·폐점 절차를 밟으며 사업을 접었고 백화점 역시 3개 점포가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진출한 롯데홈쇼핑 역시 손을 뗄 예정이다.

선양과 청두에 각각 3조원과 1조원을 들여 세우고 있는 복합쇼핑몰 역시 완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롯데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보였던 중국 시장이 무너진 것은 2016년부터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사실에 중국 정부가 노골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중국 내 롯데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점검이 이어졌고 불매운동과 항의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중국 관광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롯데면세점은 방문 금지령, 디도스 공격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당했다. 최근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설이 나오는 등 한중관계가 회복되는 추세지만 롯데에 대한 제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리스크를 견디지 못한 신 회장이 결국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 회장은 출소 이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해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내년까지 롯데마트 점포를 170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유통과 함께 '뉴 롯데'의 양대 축인 화학 부문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에 대규모 유화단지를 짓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크래커 공장을 준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드 보복으로 인해 수조원의 손실을 내면서 중국 시장의 위험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리스크가 큰 중국 시장을 대신해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내 사업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내 사업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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