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분위기에 로키 모드로
소비자 대신해 금융사와 싸워
"실질적 성과 지지부진" 지적도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1년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잘 마무리하고 내실을 기하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7일 취임 1년 소회에 대해 강조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 윤 원장이 오는 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최근 1년간 그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 금융을 강조하면서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취임 전 2명의 금감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어수선한 내부 조직도 다잡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개혁과 관련해 아직 명확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불협화음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윤 원장이 금감원 수장에 취임한 날은 작년 5월 4일이다. 당시 금감원은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 후보자 등 2명의 금감원장이 채용비리와 셀프 후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불운을 겪었을 때다.

그는 취임 직후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로키(Low key) 모드로 일관했다.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잡기 위해 대외적인 행보보다는 내부 소통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윤 원장에 거는 기대치는 낮지 않았다. 그는 학자 시절 개혁적인 발언을 쏟아 냈고 금융권 적폐청산을 위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원장 취임 당시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실제 그가 취임 이후 호랑이 기질을 가장 잘 드러낸 순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였다. 금감원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이끌어냈다.

종합검사 부활도 윤 원장이 관철했다. 대신 금융위와 협의 하에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건이 붙었다.

금융소비자보호 이슈를 금융당국의 역할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윤 원장의 역할은 상당했다. 즉시연금 등 이슈를 통해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뿐 아니라 소비자를 대신해 금융사와 싸우는 역할을 자임했다.

금융당국으로선 사실상 새로운 영역으로 업무 확장이었다.

그러나 즉시연금 문제는 보험사들의 반발이 심해 소송전으로 비화 됐고 아직도 풀지 못한 이슈로 남아 있다. 키코 문제 역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해 상반기 중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감지되지 않는다. 핵심적인 소비자보호 이슈가 아직 '진행형'이란 의미다.

여기에 금융행정혁신위 시절 강하게 주장했던 노동이사제는 스스로 거둬들였다.

윤 원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런저런 상황으로 사회적 수용 정도가 높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가 금감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갈등은 현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냉랭한 상황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올해 초 2019년 예산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부담을 느껴 대립 구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현안마다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이 의욕을 갖고 금융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지지부진하다"면서 "아직은 (금융개혁) 호랑이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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