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지음/ 고유서가 펴냄
지인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하는 인사말이 "언제 밥이나 같이 먹자"다. 어머니가 물어보는 "밥은 먹고는 다니냐"에는 진한 모성애가 담겨져있다. 한국인에게 밥은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요즘 혼술·혼밥이 유행이긴 하나, 역설적으로 '함께 먹었던 밥'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소설가 황석영이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개인사 가운데 음식의 기억을 버무린 산문집이다. 혼술·혼밥의 시대에 밥 한 그릇의 온기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을 피해 경기도 광명의 외양간에서 한 철을 보내던 시절, 옆집 소녀가 주었던 누룽지 맛에서 옛사랑을 떠올린다. 이 밖에도 군대 시절 닭서리를 해 철모에 삶아 먹던 이야기, 1989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언 감자국수, 평안도의 향토 음식 '노티'에 얽힌 사연, 감옥에서 몰래 만들어 먹었던 부침개, 술 취한 아버지 손에 들린 간고등어 등 추억과 사랑이 담긴 음식 이야기를 담았다. 하나 둘씩 자신의 곁을 떠나간 정겨웠던 벗들을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했던 맛의 추억도 덧붙여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의 음식 이야기에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이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저자는 "진정한 밥도둑은 약간의 모자람과, 누군가와 함께 나눠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이는 사람끼리의 관계다. 여기에는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정(情)과 따스함, 소통과 교류가 배어 있다. 외로울 때, 힘들 때, 아플 때, 슬플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정든 가족과 함께 나누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추억이 깃든 음식을 만나면 그리움에 말문이 막힐 때도 있다. 된장찌개 한 수저에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 짓는 경우도 일어난다. 밥은 단순한 영양소만은 아니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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