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대답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 '중재자' 역할을 자신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도 좁아지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한지 3일이 지난 7일에도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도발 당일인 지난 4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소집한 이후 정부발로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을 북한이 사실상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인 지난 2017년 9월 1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해오자 즉각 현무-Ⅱ 미사일로 대응 경고 사격을 실시하라고 지시하는 등 그간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청와대의 대응이 변한 것은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문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과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후 비핵화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반도 평화는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하면서도 비핵화를 완료하는 시점까지 제재완화는 없다는 입장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의 입장이 강경해지면서, 협상력을 가지고 양측의 대화를 끌어가는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는 구간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메신저 보이'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소식에 대해 "김정은이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대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했다.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매체는 지난 6일 '모든 것을 북남관계에 복종시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외세와의 공조로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사대적 근성과 외세 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대신 중재자 역할에 매달리려 한다면 자기들의 처지만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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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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