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곤두박질… 中企 고사 위기
"보급 정상화까지 상당 시일 걸려
내수 시장 복원할 정책마련 필요"





ESS업계 고사위기

재생에너지 분야 총아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하던 한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최근 20여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처음 시작한 화재사고는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시, 7월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등의 ESS 시설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ESS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올들어 5월초 현재까지 ESS업계는 수주를 거의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1분기 주요 ESS 기업 수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적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은 고사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요청으로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490곳 중 35.0%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췄다.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 마련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ESS 관련 업체 관계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험·실증 등 사고원인 조사를 조속히 완료하고 6월 초 최종 조사결과와 ESS 안전강화방안, ESS 생태계 육성방안을 내놓겠다고 2일 밝혔다. ESS 화재 사고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ESS는 화재 발생 시 전소되는 특성이 있고, 여러 기업과 제품이 관련된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브리핑을 가진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김정훈 위원장은 "갤럭시노트7이나 BMW 차량 화재사고 조사도 5개월 이상 걸렸다"며 "조사위는 지난 1월에 시작했으니 아직 5개월이 채 안 됐지만 업계 등에서 많이 궁금해하고 있어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한 정부로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간헐성 극복이 최대 난제다.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ESS 산업 성패에 재생에너지 정책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피크 시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내보내는 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한국 ESS산업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7년부터 태양광 연계 ESS에 5배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함에 따라 크고 작은 사업장 등에서 ESS 설치붐이 일었다. 산업부는 2018년 기준 세계 ESS 시장에서 한국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전년 동기(89MWh)보다 20배 이상 폭증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전 세계 ESS 설치용량을 살펴볼 때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42.4MWh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ESS가 설치된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의 ESS는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가 다음달초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이미 ESS 산업 생태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어서 보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화재원인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신속하게 ESS 내수 시장을 복원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단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 에너지전문가는 "ESS 화재 취약성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안전 기준 강화 뿐 아니라 화재 위험이 없는 전고체 전지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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