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 국내공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하투(夏鬪)'가 최대 변수다. 작년 실적 부진 때문에 현대차 노사가 별다른 잡음 없이 임금과 단체협약을 서둘러 매듭지은 만큼 실적이 개선된 올해의 경우 노동조합이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이날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 초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교섭이 본격화한다.
하지만 올해 노사가 접점을 찾기 위한 사안들이 산적한 만큼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새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는 '통상임금'이다. 현대차 노사는 수년간 끌어오고 있는 통상임금 지급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사측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변호단에 거물급 인사를 추가함으로써 막판 뒤집기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 승소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17년 열린 법원의 1심 판결과 올해 2월 2심에서 잇따라 승소한 후 사측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평균 3만1000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1인당 평균 1900만원씩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 발간한 소식지에서 기아차와 같은 조건으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례는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법원은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포함된 '지급제외자 15일 미만 규정'으로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1,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생떼'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상임금 외 '광주형 일자리' 역시 현대차 노사 간 불협화음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과는 별개로 광주형 일자리 반대 방침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노조 측은 "'어렵다'는 말로 조합원들을 속이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자초할 광주형 일자리에 관해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작년 임단협을 조기 타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는 인식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 현대차 노사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여름 휴가 전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임단협은 작년 경영실적 등을 기준으로 진행한다"며 "노조에서 이제 막 반등을 시작한 올해 실적을 내놓는다면 노사 간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작년까지 4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작년 차량 판매는 458만9199대로 전년보다 1.8% 증가했지만, 목표치였던 467만5000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반 토막이 난 2조4222억원에 그쳤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