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투입 한계 드러낸 정부
정작 위기의식엔 둔감 어쩌나"

'속 빈' 경제활력대책회의

전문가 우려 목소리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위기감이 미미해 우려를 낳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29일 올 1분기 역성장에 책임감은 느낀다면서 "올 우리 경제 전망치 수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올 성장률을 유지할 새로운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이 겨우 역성장을 막을 뿐이어서 결국 국제 경기가 달라지길 바랄 뿐인데, 이 역시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가 그저 하늘(국제 경기)의 처분만 기다리는 '천수답' 경제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탄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혁신과 규제개혁을 뒷전으로 미루고 기업 기 살리기를 등한시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내용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0.3% 성장을 한 데는 정부지출 부족보다는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한 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본래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두 바퀴, 수출과 투자가 꼬꾸라지면서 역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분기와 비교해 수출은 2.6%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0.8%나 급감했다. 설비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건설투자도 0.1% 줄었다.

정부는 수출 하락의 경우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는 우리와 달리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 즉 우리만의 경제 구조적 문제가 병으로 깊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질적인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이주열 총재가 지난 26일 시중은행장과 한 금융협의회에서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실 정부는 올해 470조원의 울트라 슈퍼 예산을 짜면서 올해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한 면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 재정에 의한 성장은 지속되기 어렵고, 심지어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하면 (6조7000억원대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비경제적 문제로 '패스트트랙의 트랩(덫)'에 걸리면서 추경 통과는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여기에 소비심리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과 대출억제 정책으로 꽁꽁 얼어붙은지 오래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의 계좌 수는 작년 말 기준 6만7000개로 전년보다 5000개 늘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단 경영 위기 등에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기업의 기 살리기를 통한 자연스러운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며 "정부가 예산으로 그 것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서는 현 우리 경제 상황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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