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평가·IB 이익 급증이 발목 잡나…2분기 슬픈 가채점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한 NH투자증권에 이어 국내 증권사들이 줄줄이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3월 채권금리 급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고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역시 예상치를 초과 달성하며 호황을 맞은 덕분이다. 다만 2분기에는 1분기 호실적을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투 순익 전년比 49%↑…NH증권 분기 최대실적 달성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716억원으로 전년 동기(1283억원)보다 3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IB사업부의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모두 점유율을 확대한 결과다. KB증권의 순이익은 873억원으로 819억원이던 작년 1분기보다 6.6% 늘었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브로커리지 실적 감소에도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모델 안정화와 유가증권 관련 실적 개선 덕을 봤다는 게 KB증권 측 설명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25억원으로 전년 동기(419억원)보다 49.2% 증가했다. 주식시장의 거래량 감소로 증권 중개 수수료 부문에서는 작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인수자문 수수료‧매매평가익이 증가해서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에 대해 FICC(채권·외환·원자재)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담당하는 S&T와 IB 부문의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순이익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현대차증권의 순이익도 172억원에서 18.5% 증가한 204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는 525% 증가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은 970억원에서 708억원으로 줄면서 은행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부진했다. 채권평가이익과 IB 관련 이익 증가에도 주식 시장거래대금이 약 40% 이상 감소한 결과다.증권사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은 배경에는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가 핵심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시장금리가 급감하면서 채권보유규모가 큰 대형사 중심으로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 2분기 운용이익 축소 불가피…실적 불안감↑ = 다만 2분기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증권사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악화한 수준이 점쳐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의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1017억원, 1269억원, 99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6%, 36.8%, 25.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가채점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NH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0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121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작년에 비해 감소할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사 실적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1분기 호실적 요인으로 작용한 채권평가이익과 IB부문 성장세는 오히려 2분기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진단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1분기 호실적에도 증권업종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낮은 상태기 때문"이라며 "채권평가이익과 IB부문의 매우 우수한 수준의 성과가 2분기 기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투자자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