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정경부 부장
박선호 정경부 부장
박선호 정경부 부장
경제를 이해하는 것은 '시장의 욕망'을 아는 게 첫걸음이자 마지막이다. 시장은 예측불허의 욕심꾸러기들의 집합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좋은 뜻의 행동이 좋은 결과만 불러오지 않는다. 때론 나쁜 의도의 행동보다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적득기반'(适得其反)이라는 성어가 있다. 옛날 한 마을에 덕이 높기로 유명한 관리가 있었다. 어느 날 저자거리를 걷다 서글픈 새 소리를 듣는다. 장에 갇힌 새의 울음이 너무나 처량했다. 마음이 아픈 관리는 그 자리에서 새를 사 방생을 했다.

다음 날, 또 다음 날도 관리는 같은 일을 되풀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장에서 슬피 우는 새들이 갈수록 늘었다. 처음 관리는 하루에 2,3 마리만 샀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 10마리도 넘게 새를 사야했다.

하루는 관리가 한탄하며 하인에게 말했다. "세상에 불쌍한 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그러자 하인이 한심한 듯 답했다. "모르시나 본데 그게 모두 어르신 때문입니다. 어르신이 시장에서 새를 잘 사주시니까, 모든 상인들이 날마다 산에 들어가 새를 잡고 있습니다. 이미 마을 뒷동산엔 새의 씨가 말랐습니다. 이제 옆 동네로 원정 갈 판입니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성어가 적득기반이다. 원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0.3%의 역성장을 했다. 지난 2017년 4분기(-0.2%)이후 5분기만의 마이너스 성장이고, 그 하락폭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8년 4분기(-3.3%)이래 최대치다. 소비와 투자, 수출 모두 거품인 양 꺼졌다. 1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2.6% 줄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분기보다 10.8% 쪼그라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민간 소비(0.1%)와 정부 소비(0.3%)가 늘어 나기는 했지만, 무너져 내리는 다른 수치들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우리 지표는 과거 위기 때를 닮았는데, 세계 경제는 어렵지만 과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외 경제 여건이 나빴다"는 정부의 변명이 더 궁색해 보인다. 정부는 그러면서 "재정 지출이 1분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다. 2분기부터는 재정의 효과로 다시 성장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을 내놨다. 사상 최대라는 470조 원 가량의 예산에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고도 경제가 꼬꾸라지자 나온 정부의 분석이다.

이게 사실이라 더 두렵다. 현 상태 속에 재정을 빼면 우리 경제는 역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도 시장도 안다. 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소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탓한다. 대외경제여건의 변화, 우리 내부의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연속 올리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강제해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희망처럼 좀 더 시간을 기다린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의 부작용은 너무 크고, 분명하다.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났고, 자영업자들은 도산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동시장이 더욱 위축되자 정부는 혈세를 쏟아 공무원을 늘리고 공공 '일자리'를 대거 양산했다. 일없는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돈이 있으면 세금으로 빼앗기고, 없으면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다'면 누가 있어 일을 해 돈을 벌겠다고 하겠는가? 퍼주기식 정책은 한 마리 새를 살리고자 결국 더 많은 새들을 위기로 내몬 고사 속의 관리의 문제와 다를 것이 없다. 본래 누구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권위적인 자나 집단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점점 권위적이 되고, 독단이 된다. 권력이 독단하면 그게 바로 '독재'다. 이미 장관 청문회에서, 국회에서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저소득층에게 칼이 돼 돌아오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학자들의 외침이다. 적득기반의 '소주성', 이제 정말 재고해야 한다.

박선호 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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