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친화적 생태계 조성 영향 최근 5년새 급증 … 71개 탄생 단독 벗어나 제자와 호흡 맞춰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왼쪽 일곱번째)가 8명의 제자와 공동 창업한 의료로봇 전문기업 이지엔도서지컬이 지난 17일 창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KAIST에 '교수창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학생 창업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창업전선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KAIST발(發) 창업'이 확산되고 있다.
창업 유형도 과거 교수 단독 창업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가와 공동 창업을 하거나, 제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창업에 나서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8일 KAIST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교수와 학생이 창업한 기업은 모두 96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학생 창업을 보면 2014년 14개, 2015년 18개, 2016년 16개, 2017년 15개 등으로 매년 20개 내외의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4건에 그쳐 큰 폭으로 줄었다. 교원 창업은 2014년 3건, 2015년 9건, 2016년 2건, 2017년 9건, 2018년 6건 등으로 창업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KAIST 개교 이래 교원 창업이 71개인 점을 감안할 때, 절반 가량이 최근 5년 새 이뤄져 눈길을 끈다.
KAIST 교원 창업 중 대표 기업을 꼽자면, 박용근 물리학과 교수가 2015년 8월 설립한 토모큐브를 들 수 있다. 토모큐브는 박 교수가 개발한 차세대 세포 현미경인 '3차원 홀로그래픽 현미경'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벤처로, 관련제품을 아산병원과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박 교수는 토모큐브 CTO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테리아 신속 진단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을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창업한 '이지엔도서지컬'도 색다른 창업 유형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권동수 기계공학과 교수가 8명의 제자와 함께 창업한 의료로봇 전문기업이다.
권 교수팀은 지난해 유연 원격 내시경 수술로봇인 '케이-플렉스'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있다. 세계적인 의료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인허가 시스템 및 상용화 등을 통해 로봇수술 시장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김필한 의과학대학원 교수 역시 '아이빔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생체현미경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KAIST 교원창업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창업친화적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이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연구실에서 나오는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고도화해 사업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화 도약 프로그램'이 교수들의 창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신성철 총장이 취임하면서 '기술사업화 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KAIST 창업원이 가동되면서 창업 분위기가 캠퍼스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동수 KAIST 교수는 "우버, 에어비앤비, 샤오미 등의 기업은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대학이 연구실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활성화 하면 단기간 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KAIST는 1971년 개교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창업의 산실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80년대 메디슨, 큐닉스, 퓨처시스템 등 1세대 벤처를 탄생시켰고, 네이버와 넥슨, 네오위즈 등 1990년 IT 창업을 이끈 핵심 인재를 배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첨단소재, 바이오, AI 등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기술 집약형 창업을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