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일정 합의 조차 불가능


여당과 금융투자업계의 디폴트옵션 도입을 골자로 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개편 논의가 속도를 붙인 가운데 '동물 국회'의 불똥이 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반기 중 제도 개편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는데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와 금투업계는 이달 들어서만 수 차례 만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개편안을 집중 논의했다. 오는 2022년 퇴직연금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시장 고성장이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11년말 50조원에서 내년도 2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 대수술 공감대=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가 규약을 통해 계약을 맺는 현재의 계약형과 대비된다. 전문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을 도울 자산운용사를 따로 두고 운용사항을 결정하는 제도로, 수익률 보장 기능이 미약한 계약형의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노조가 참여해 근로자 의견을 반영한 자산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자연스레 운용사 경쟁을 유도해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무엇보다 자동투자제도인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사적연금(퇴직연금, 개인연금) 수익률 해소를 위해 디폴트옵션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른 결과다. 실제 2011~2017년 국민연금의 연 평균성과가 5%대인 반면 퇴직연금은 3.1%, 개인연금은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약 70% 이상의 기업이 이를 도입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중소기업 보급확대를 목표로 이미 2013년부터 '하이브리드형' 또는 '개인형 DC(확정기여형)' 등의 보급을 촉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물국회'에 볼모 잡힌 기금형 퇴직연금 =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의 수장인 최운열 의원이 금투협과 자본시장연구원은 물론 학계를 총동원해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개편안에 무게가 실린다. 올 초 추진한 증권거래세 인하 논의가 약 두달여 만에 정부 설득으로 이어져 정책을 이끌어낸 만큼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문제는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상황이다. 국회 의지가 시급한 사안임에도 패스트트랙으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논의 일정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려서다. 최운열 의원은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광범위한 의견 수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놓인 만큼 정치권이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애써 낙관했다.

그러나 멈춰선 국회의 5월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투업계의 속은 타들어간다. 금투협 관계자는 "1~3월 과세체계 개편(증권거래세 인하)을 이뤘으니 4~6월 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개편안을 처리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5월 국회에서는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6월로 넘어갈 경우 아예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현정기자 hj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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