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백화점·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에 판매촉진비를 떠넘기는 '갑질' 행위에 대해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를 심사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해 '판촉비 50% 분담' 규정이 실제 거래 과정에서 지켜지는지를 출발점으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고려대 경영관에서 열린 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유통산업이 한국 제조업에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혁신 동기를 부여하는 '내비게이터'(Navigator)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갑'이 수익을 독식해 유통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궁극적으로는 혁신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광고판촉 활동을 하게 되면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조건 등이 담긴 서면을 내주고,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은 규정하고 있다"며 "상생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규정이지만, 일부에서는 법 규정을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은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되는 판촉행사를 할 때는 납품업체가 비용을 100% 부담할 수도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이 규정을 악용해 서류를 꾸며 '을'이게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김 위원장은 '50% 분담' 규정이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실제 거래 현장에서 이 규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판매 수수료율이 30%라고 했을 때,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유통업체는 30원을, 납품업체는 70원을 가져간다. 만약 20%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100원짜리 물건은 80원에 판매하게 된다. 광고판촉비가 20원이라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 판매 수수료율 30%를 고정하면 유통업체는 24원을, 납품업체는 56원을 가져가게 된다. 광고판촉비는 각각 6원과 14원으로, 50% 분담은커녕 '을'이 2배 이상 판촉비를 부담하는 꼴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유형의 '판촉비 갑질'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년 12월 '판촉비용 부담 전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심사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7∼8월 지침을 시행한다. 이후에도 위법 행위가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디지털타임스DB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디지털타임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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