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주세 과세체계 개편안이 이달 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류업계도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서는 업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가격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14일 주류 업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을 골자로 주세 과세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류 과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비싼 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종량세는 알코올과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독한 술'에 더 많은 세금이 붙는다. 이에 종량세 전환 시 국산 맥주와 수제 맥주의 세금 인하 효과가 클 것이란 평가다.
수입 맥주의 경우 주로 4캔 1만원 행사를 하는 고급 제품은 세금 인하 효과가 있어 현재 할인행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가 수입 맥주는 세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소주는 정부가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알코올 양에 비해 가격이 싼 소주가 종가세로 누렸던 세제상 이점이 종량세에서는 없어질 전망이다.
고급 주류로서 세금 부담이 컸던 와인과 위스키도 종량세 전환 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세 과세체계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업체들은 손익 계산에 바쁘다.
맥주 시장 1위인 오비맥주는 최근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세금이 실제로 인하된다면 가격을 올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제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외국계 기업인 오비맥주와 달리 정부 당국과 여론의 부정적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을 미뤘다가는 세금 인하안이 발표된 뒤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소주 업체들은 "현재로선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세 개편으로 세금이 오를 경우 인상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 경쟁 우위를 누렸던 수입 맥주들은 주세 개편 전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1위 맥주 업체인 설화맥주는 오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슈퍼엑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국영 주류기업 노주노교도 18일 신제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중국 맥주 '칭따오'가 한국에서 수입 맥주 판매량 2,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주류의 연쇄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주세 개편이 다가오면서 주류업계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신제품을 출시한 칭따오 행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