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기자] 정부의 규제 강화로 중도금 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진 청약 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이 웃고 있다. 지난해 말 청약 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됐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현금 부자들이 이른바 '줍줍'(미계약 물량을 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제도의 잦은 변경으로 부적격 당첨자가 늘어나고, 강력한 대출 규제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1·2순위 청약 이후 '미계약(부적격자 혹은 계약 포기)' 물량에 대해 추첨으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하는 '무순위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청약에 비해 문턱이 낮고, 물량이 늘어 당첨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자금 동원력을 갖춘 현금 부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무순위청약이 가장 먼저 시행된 위례포레스트 사랑으로부영에는 전체 556가구의 4배 가까운 2132명이 접수했다.

또 지난 10일~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는 무려 1만4376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단지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약 13배에 달하는 인원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것이다.

최근 1순위에서 평균 11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도 무순위 청약물량이 174가구로, 일반공급의 41%에 육박했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2469만원으로 시세에 비해 높다는 평가가 나왔던 곳이다. 84㎡ 기준으로 계약금 등 최소 2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앞서 올 초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도 현금부자들이 몰렸다. 이 단지는 모든 평형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단지였지만, 예비당첨자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비율이 약 82%에 달해 '금수저' 청약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지만 무주택자들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 쏠쏠한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등 입지가 뛰어난 곳들은 분양가대비 시세가 최소 2억∼3억원씩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줍줍족'들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청약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 간 '줍줍'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올 들어 서울 지역 첫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 일반 분양 물량의 13배에 달하는 1만4376명의 청약자가 몰렸다.<한양 제공>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올 들어 서울 지역 첫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 일반 분양 물량의 13배에 달하는 1만4376명의 청약자가 몰렸다.<한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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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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