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감면제 폐지로 환경 악화
1분기 직접투자 전년比 36%↓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감하면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직접투자도 3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제도가 폐지된 데다 한국의 전반적 기업 투자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FDI 신고액은 31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7%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2012년 1분기(23억5000만달러) 이후 7년만에 최저치다. 또한 지난해 3분기에 마이너스(-) 13.6%와 4분기에 -17.8%에 이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글로벌 FDI가 전년대비 19% 감소한 1조20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FDI 하락추세, 기저효과, 제도 변화로 인한 조기 신고를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외투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특례제도(최대 7년)가 지난해말 종료됨에 따라, 애초 올 1∼2분기에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투자 일정을 지난해 하반기로 앞당긴 것도 이번 분기 실적 감소의 부분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비중이 높은 유럽연합(EU)의 한국 직접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47.3%) 감소한 9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전체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38%에서 올해 1분기 31%로 급락했다. 산업부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비롯해 EU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역내 투자에 집중하면서 해외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국 투자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신고 기준으로 전년 대비 31.0% 감소한 2억5000만달러, 도착 기준으로도 35.4% 감소한 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악화가 투자 유치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한국 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전년 대비 78.7% 감소한 1억6000만달러, 도착 기준으로 92.3% 감소한 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와 한·미 금리 격차 지속 등으로 대한(對韓)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중국은 신고 기준으로 88.0% 감소한 1억3000만달러, 도착 기준으로 45.5% 감소한 1000만달러다. 중국의 경우 미·중 무역 분쟁 여파와 함께 외환보유고 감소세 전환을 방지하기 위한 외환관리 규정 강화 등으로 대한 투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이 전년 대비 21.5% 감소한 12억1000만달러(이하 신고액 기준)를 기록했고, 서비스업도 42.5% 감소한 19억2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신규법인을 설립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는 21억6000만달러로 39.1% 줄었다. M&A(인수합병)형 투자도 전년보다 26.8% 감소한 10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한 경제전문가는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기업 투자를 대거 유치하고 있는 데다 한국의 투자 환경이 나빠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인 등도 FDI감소 요인"이라며 "5년 연속 FDI 2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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