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지금까지 과학기술 발전에 수학의 역할이 숨어 있어 보이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수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수학'을 우리 연구소의 대표 브랜드 사업으로 키워 선순환 구조의 수학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 수학 경쟁력을 높이겠다."

정순영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사진)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리연은 200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수학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현재 IBS(기초과학연구원) 부설기관이다.

서강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정 소장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장과 대한수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국내를 대표하는 수학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그동안 과학기술 발전에 수학이 간접적인 기여를 해 왔는데, AI(인공지능) 핵심기술인 기계학습, 딥러닝 등이 발전하면서 수학이 전면에 나서 직접적인 기여자로 역할을 변모하고 있다"면서 "언어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절대적 역할을 하듯 과학기술에서 수학이 언어와 같은 존재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수리연은 순수 학문인 수학을 각종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역할을 제공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새로운 응용수학 분야인 '산업수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산업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수학적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는 "산업수학의 영역은 최근 미세먼지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환경, 교통, 재난, 안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어 활용도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국민 삶의 질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의료분야'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에 수학을 접목한 '의료수학'은 수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고, 우리 기관의 역할과 책임(R&R)에 걸맞는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더욱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의료수학은 임상병원 등 의료현장에서 뜨거운 반향을 모으고 있다. 의사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각종 애로사항을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일부에선 공동 프로젝트로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T 촬영 시 생기는 영상의 왜곡을 확률적 연산을 통해 구현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약개발 벤처기업과는 신약후보물질 도출 과정에 데이터 분석과 수학적 모델링을 적용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소장은 "의료수학은 수학을 의료에 접목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로, 의료 현장에서 기대 이상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일부 연구과제는 벌써 특허가 나올 정도로, 시너지 효과가 빠르게 나오고 있어 그야말로 의료수학은 '새로운 융합연구 모델'이자 '가장 완벽한 융합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규직을 포함한 연구인력이 50명에 불과한 현재의 인력으로 점점 늘어나는 외부 연구과제 수요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우리가 수행하는 산업수학, 의료수학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위기에 처한 수학을 살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고, 그래야만 수학과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해 질 높은 수학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우리나라 수학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학의 미래는 밝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정 소장은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유행한 이면에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톱3에 들 정도로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수학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그럼에도 30∼40대 연령대 젊은 수학자들의 연구실적은 세계 상위권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적어도 8년 이내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불거진 노사 갈등과 법적 소송 등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직원과의 격의없는 소통과 신뢰, 협조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기관 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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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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