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보다 진단 수위가 높은 '경기 부진'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경기 하락이 장기화하고 그 정도도 심해지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도 미세먼지 대응보다는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7일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0월까지는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평가했지만, 11월 '전반적 경기가 다소 둔화된 상황'이라고 밝힌 뒤 지난달까지 '둔화' 판단을 이어갔다.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민간소비의 증가세마저 둔화되자 이달 총평에서는 처음으로 '부진'이라는 단어를 썼다. KDI 관계자는 "둔화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다만 이는 전망이 아닌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로 '급락'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1%에 머물러 전년동기 평균치(4.3%)와 지난해 4분기 평균치(3.0%)를 비교적 큰 폭으로 밑돌았다. 3월 수출(금액 기준)도 8.2%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류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를 나타내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3.3%를 기록해 1월 증가(0.7%)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투자 활력이 크게 꺾였다. KDI는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전달(-17.0%)보다 감소 폭(-26.9%)이 커졌다. KDI는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3월 자본재수입액은 -24.3%를 기록했다"며 "전달(-35.9%)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향후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는 "광공업생산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봤다.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며 1월(-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2월 평균 서비스업 생산(1.2%)은 작년 12월 1.4%에 비해 증가세가 소폭 축소됐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KDI를 비롯 주요 기관이 비관적 경기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4월말 처리를 예고한 추경의 초점이 경기 대응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 규모와 관련해서는 포항지진 피해나 강원도 산불 관련 지원이 추경에 담길 가능성도 추경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복구 예산이 추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검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추경 규모를 최대한 축소하는 방안을 찾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올해 추경은 적게는 4조원에서 많게는 9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4조∼5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판단하고 있다.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