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100년에 한번 나올 기술 혁명이라며 열광했던 블록체인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면서 곧 꺼질 거품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이 8년만에 1000만 배까지 올랐으니 100년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폭등한 재화나 주식이 또 있을까 싶다. 2000년 초 닷컴(인터넷 기업) 거품이 최고일 때 1000배까지 올라간 주식도 있었지만 블록체인 거품에 비하면 비누 방울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2018년에 폭락하며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아직도 비트코인 하시나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결국은 0으로 떨어지고 블록체인은 후세의 웃음거리가 될까.

카스퍼스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을 여러 분야에 활용하는 방법을 수년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고, 암호화폐 역시 높은 수수료, 느린 전송 속도등으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데이터의 바넷은 최근 개발 중인 블록체인 응용 가운데 많은 것들이 데이터베이스 등 기존 기술로도 구현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비트코인 거래가 비자카드보다 5000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똑같은 데이터를 모든 컴퓨터에 저장하므로 낭비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만 보면 블록체인은 닷컴 거품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당장 세상을 바꿀 듯한 비즈니스 플랜, 수익성이나 재무 상태와 관계없이 폭등하는 주식(코인), 일반 대중들의 묻지마 투자 광풍, 그리고는 날벼락처럼 찾아온 폭락까지 너무 닮았다. 필자도 2000년에 500원에 산 닷컴 공모 주식이 40만원까지 갔다가 2만원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는 블록체인이 닷컴과 비슷한 길을 걸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나머지 길도 닷컴과 비슷하게 갈까.

2000년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닷컴 벤처들이 무너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인터넷 식품 배달', '인터넷 책 판매', '인터넷 화상 전화'등으로 2019년 현재 매우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들과 같다는 것이다. 즉 2000년 닷컴 벤처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아마존도 2000년 닷컴 기업중 하나로 거품 붕괴 시 주가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허무하게 무너져간 닷컴 기업들과 아마존이 다른 점은 당장의 현실이 받쳐주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끊임 없는 혁신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신뢰성 있는 전자상거래를 위해 '공인인증서'를 도입하고 사람들이 몰려 느린 홈페이지를 극복하기 위한 '클라우드' 등 스스로 비즈니스 환경을 창출해나갔다.

2018년 암호화폐의 폭락으로 블록체인 기업들도 회의에 찬 시선과 블록체인화가 어려운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장밋빛 꿈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커피 한잔 마시고 비트코인 결제가 끝날 때까지 30분을 기다려야 하나?' '블록체인 상에서 자동으로 수행되는 거래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등 많은 질문이 있다. 블록체인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거래를 고속화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웨덴의 비트리필이라는 회사가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든 WebLN은 비자카드 보다 빠르고 더 간편한 결제가 가능하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블록체인 거래를 합법화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닷컴 기업들보다 더 빨리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닷컴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초고속 인터넷, 고성능 스마트폰 등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될 때까지 버티며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들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진 환경에서 시작하고 ICO(우리 나라는 금지하고 있음)를 통한 막대한 자금 조성으로 고급 인력 채용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스타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22개국의 온라인 결제에서 암호 화폐 사용이 13%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20년 걸린 닷컴의 기억 때문에 느긋하게 여유 부리다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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