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술투자를 토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주력산업을 키운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급체계와 상생시스템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대표 기업에 전폭적 지원을 해서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사진)은 "미래 산업경쟁력을 높이려면 대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진작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같은 주력산업에서 대기업·중소기업, 대기업·대학간 조화·협력체계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과학기술 원로들로 구성된 단체로, 정책학·이학·공학·농수산학·의약학 등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민구 원장은 3월 1일 3년 임기 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미시간대 석사,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딴 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공대학장, 전국공대학장협의회장 등을 지낸 한 원장은 평판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인 TFT(박막트랜지스터)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한국공학상,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 석좌교수와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 원장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높은 R&D 성공률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R&D 성공률이 떨어져도 문제해결을 제대로 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연구를 해야 국가적인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기술계를 연이어 강타한 연구윤리·부실학회 이슈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의 현안이고 조심스러운 이슈"라면서 "한림원 차원에서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위원회를 통해 논문표절, 부실학회 참가, 부적절한 특허 이전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한 원장은 "다만 잘못 하면 '교각살우'를 범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임기 중 직무발명 권리와 보상제도,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등 연구현장 이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연구자가 기술이전을 할 경우 이전료의 50%까지 대학이 갖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납부한다"면서 "기술이전 수익에 대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세율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상위 10개 대학의 기술이전 수익이 미국 1개 대학보다 적은 상황에서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원장은 "국방부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이공계 출신들에게 부여하던 병역특례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박사과정 1학년 시기에 전공보다 영어공부에 몰두하도록 하는 평가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원장은 상반기 핵심 사업으로 오는 9~11일 인천에서 세계 한림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하는 IAP(국제한림원연합회) 총회를 꼽았다. IAP는 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대 국제기구로, 과학기술을 통한 국제사회 현안 대응, G20 정상회의의 과학분야 의제설정 등의 역할을 한다. 올해 총회는 '과학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식량·영양안보와 농업, 인공지능과 지속가능 발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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