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대체할 연료 개발… 수소시대 가속도
에너지 수송 캐리어 수단 '주목'
'하이브리드 ESS' 유망 기술로
일본선 LOHC 활용 선박 운송
체계적 생태계… 주도권 잡아야

윤창원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장이 수소 저장·운송에 쓰이는 LOHC(액상유기물수소저장체)와 관련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윤창원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장이 수소 저장·운송에 쓰이는 LOHC(액상유기물수소저장체)와 관련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지난 2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복잡한 튜브와 케이블이 연결된 각종 금속장치와 실험도구가 연구실을 채우고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이곳에서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윤창원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장은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들고 "이 물질이 수소 저장·운송에 쓰이는 LOHC(액상유기물수소저장체)"라면서 "물질에 수소를 담아 원하는 곳으로 수송하고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분리한 후 다시 수소 운송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는 에너지원 이라기보다는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국가간 수송하는 에너지 캐리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원이면서 동시에 캐리어인 화석연료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자들은 액상화합물, 금속 등에 수소를 반응시켜 저장한 후 배나 차량 등에 실어 운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 단기 저장에 유리한 이차전지와 장기 저장에 장점이 있는 수소저장장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ESS(에너지저장장치)도 유망한 기술로 꼽힌다. KIST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플랫폼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청정신기술연구소에만 55명의 연구원이 소속돼 있다.

윤 단장은 "현재 에너지 운반체로 화석연료가 쓰이지만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되면 새로운 수단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화석연료를 운송하듯이 수소를 액상 형태로 운송하되 단위 부피당 최대한 많은 양을 저장하는 기술 개발에 세계 연구자들이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LOHC는 상온에서 수년간 수소를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위 부피당 저장 가능한 수소량이 많다는 강점도 있다.

윤 단장은 "이 투명한 액체 1㎥에 수소 60㎏을 저장할 수 있다"면서 "수소를 저장하고 방출한 후 다시 저장하는 것을 계속 반복할 수 있고, 기존 가솔린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산업화에 앞서가는 일본은 해외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어 LOHC에 저장한 후 선박에 실어 자국으로 운송하는 실증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자국 유조선에 톨루엔을 싣고 가 수소를 담은 후 MCH(메틸시클로헥산) 형태로 옮겨오는 방식이다.

KIST 연구진은 고체의 가루 형태인 바이페닐과 액체인 디페닐메탄을 섞은 LOHC를 개발했다. 이 물질에 수소를 저장하는 장치와, 저장한 수소를 분리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윤 단장은 "일본이 개발한 물질보다 저장용량이 훨씬 크다"면서 "순도가 높아서 연료전지에 투입하면 바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ST는 LOHC 외에 암모니아, 개미산 등 다양한 수소 저장물질을 연구하고 있고 금속 저장기술도 개발 중이다.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용량이 LOHC의 2배에 달하고 산업이 다 형성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독성이 있어서 대도시 외곽에 대용량 추출 플랜트를 세우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KIST는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분리해 수소를 생산한 후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1㎾급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와 드론을 연결해 2시간 동안 구동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윤 단장은 "규모를 더 키워 20㎾급 장치도 개발 중"이라면서 "촉매를 이용해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분리한 후 수소차에 공급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특정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다각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윤 단장은 제안했다.

한종희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미국은 연료전지를 240㎿ 이상 설치해 백업전력을 생산하고 연료전지 탑재 지게차 2만대 이상을 산업현장에 쓰고 있다"면서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25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가 100곳 이상 들어서는 등 정부가 수소산업을 키우고, 독일·중국도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2~3년간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만큼 주도권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생태계 구축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종희 소장은 "미래 에너지 생태계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소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연결된 모델로 발전할 것인 만큼 지속적이고도 균형 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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