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연장근무 없인 차질
"탄력근로 단위 6개월로 늘려야"

`주 52시간` 유예기간 종료

발등에 불 떨어진 IT업계

IT서비스 업체 A사의 김모 팀장은 최근 고객사 포털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팀원이 지난주 주 60시간 이상을 근무해서 이번주 40시간 내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주 52시간 넘게 근무할 수 있지만, 결국 한주 일을 많이 하면 다음주에는 쫓기듯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프로젝트를 올 6월까지 끝내야 하는데 근무시간이 많은 개발자들이 조기 퇴근하는 빈번하면서 고객사도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당초 일정대로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김 팀장의 바람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다. 현재 1개월 단위로 선택적 근로제가 적용되다 보니 1~2개월 이상 집중근무가 필요한 SW 개발 프로젝트에 적용하기에 무리다. 제도적 장치가 불가능 하다면, 프로젝트 기간 만이라도 3개월 이상으로 늘려줘야 프로젝트 진행이나 인력운영에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IT서비스 업계에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예산, 일하는 방식, 발주사 마인드 등 프로젝트 전체가 큰 변화가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IT 서비스 업체만 주 52시간제에 맞추느라 큰 변화를 주고 있지만, 전체 시스템이 개편되지 않는 한 프로젝트 공기 지연, 비용증가 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종 특성상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그나마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단위기간이 한달로 너무 짧아 사업수행에 차질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서비스 업계 전체가 4월부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A사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종업체인 B사는 최근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초과근로 시간을 자체 분석한 결과, 모든 사업에서 초과근로가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금융사업은 100억원 이상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기간 중 많게는 9개월간 매달 평균 81.6시간의 월별 초과근로가 발생했다. 초과근로가 가장 적게 발생한 프로젝트도 4개월간 매달 평균 58.1시간의 월별 초과근로가 일어났다. 특히 특정 달에 초과근로가 몰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운영사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예측하기 힘든 이슈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을 잘아는 운영 담당자 외에 다른 인원을 투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계약기간이 24개월인 제조 분야 IT운영 사업에서 24개월간 매달 평균 44.1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12시간, 한달에 48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있지만 업무 특성상 예상치 못한 특정 기간에 초과근로가 몰리기 때문에 해법이 못 된다.

IT서비스업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정상적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4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될 경우, 현재로선 많은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법적 처벌을 받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적·탄력적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보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처벌을 유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 후 연장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는 게 자연재해·화재·붕괴·오염사고 등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는데, 이를 서버다운, 해킹, 긴급장애 등 IT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의 화이트컬러 예외제도와 같이 특정 산업의 고소득자에 대한 예외 적용, 노동부의 근로시간과 관련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52시간 근로제를 지키라고 하면서 공공사업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공공기관들이 주52시간 근로제와 상관 없이 예산과 프로젝트 일정을 결정하다 보니 IT 서비스 기업들은 올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2시간 근로제 보완과 동시에 국회에 계류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 적정예산 수립, 과업 변경에 따른 예산 증액 반영, 원격지 개발 허용 등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또 사업계획 수립단계부터 주52시간 제도를 뒷받침하도록 정부 사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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