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회장직을 포함, 주요 계열사 경영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며 KDB산업은행에 '구명'을 요청했다. 최근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책임 차원이라는 게 표면적이지만, 작년 4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만료 시한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박 회장과 긴급면담에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으며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박 회장의 요청에 다시 박 회장으로 공을 돌렸다.
박 회장으로선 이 회장의 방안 마련 촉구에 어떤 식으로든 응답해야 한다. 추가 자산 매각이나, 사재 출연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할 충분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중단된 영구채 발행이나 신규 여신 등에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미 박 회장은 작년 채권단과 맺은 MOU에 따라 지난 1년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일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팔아치웠다. CJ대한통운 주식과 그룹의 상징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등을 매각했고,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작년 12월에는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부채 700억원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 중이던 금호고속 등의 지분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상장회사였던 아시아나IDT, 에어부산의 IPO(기업공개)로 전환사채 발행으로도 자본을 늘리며 실탄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
이 같은 노력도 악화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작년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814.9%에 달하며, 자본잠식률은 26%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핵심 자산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산업은행은 오는 4월 기한이 만료하는 MOU를 1년 더 연장할 계획이지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꼼꼼히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MOU 연장을 거부하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편 이 회장과 박 회장은 이미 지난 2017년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이 중국 국영 타이어 기업인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며 이 회장과 부딪혔다. 결국 박 회장이 '백기'를 들고, 2017년 말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을 강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산업은행과 대립을 겪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