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7일로 예정된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표 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부터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주주들의 표결에 부쳐진다.
표 대결에서 진다면 조 회장은 1999년 4월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지 10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잃게 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3년 전인 2016년 3월 대한항공 주총 때도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과도한 겸임, 장기 연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조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선 조 회장의 연임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은 회사 정관에 따라 주총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주총 특별결의)를 얻어야 한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출석률이 80%라면 조 회장은 53.33%의 지지표가 필요하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3.35%다. 조 회장이 나머지 20%가량의 우호지분을 어디서 확보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조 회장의 반대 측도 표 계산에 분주하다. 주총 출석률이 80%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반대표는 26.67%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11.56%)을 고려하면 15.1%가량이 더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느냐가 문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세계 5대 연기금의 하나인 캐나다공적연기금(CPPIB)과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은 대한항공 주총에 앞서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중 플로리다연금은 반대 이유로 "이사회가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의 서스틴베스트·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이들의 의견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외국인들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0.61%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소액주주(지분율 약 56%)의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주총을 3주가량 남겨둔 지난 8일 "조 회장의 연임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공시를 했다.
이에 맞서 조 회장 측도 의결권 위임 대리인과 대행사를 선임하고 찬성하는 주주들의 위임장 모으기에 나섰다. 양측이 각각 얼마나 많은 위임장을 모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