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교대의 예비교사 대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성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충격을 안겼다. 한 교대가 아니라 여러 곳이고, 교대 이외에 지방 국립대의 간호학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일베에서 사용하는 여성 혐오적 표현까지 그대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터진 일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몇 년 전부터 대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적인 대화의 소재로 삼는다는 게 알려져 사회문제가 됐었다. 처음엔 TV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정도로 사회가 크게 놀랐지만 요즘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큼 사람들이 무뎌졌다. 그 정도로 젊은 남성들이 여성을 오직 성적인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게 보편화된 것이다.

과거엔 남자 대학생들이 공공연히 여학우를 성적인 대상으로 상정하고 희롱성 대화를 나누는 일이 없었다. 술자리에서 소수가 극히 예외적으로 그런 대화를 나눴을 순 있지만 절대로 일반적인 문화가 아니었고,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공공연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문화가 교대에서 나타날 만큼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준영이 나타난 것이다. 정준영은 여성을 오직 성적인 욕망 추구의 대상으로만 보면서, 여성과 성관계하고 그 사실을 주위에 과시하는 걸 유희로 즐겼다. 정준영 주위의 젊은 뮤지션들은 그런 인증 영상을 보며 놀라지도 않고 태연히 즐기며, 영상을 보여달라고 재촉하기까지 했다.

이게 엄청난 잘못이라고 지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일이었다. 과거부터 여성과의 하룻밤 성관계를 과시하며 이야기하는 남성들이 많았고, 그런 하룻밤 성관계 상대를 찾는 곳이 주로 나이트클럽이었다. 요즘은 지인에게 말로 과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터넷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과시하고 사진이나 영상까지 인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장소는 나이트클럽에서 나이트클럽과 클럽으로 다변화됐다.

정준영만이 아니라 대단히 많은 남성들이 그런 영상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 '몰카'란 단어만 해도 그렇다.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어 유포하는 것은 대상자의 삶을 파괴하는 반인륜 범죄인데도 불구하고 몰카라는 희화화된 단어로 표현할 만큼 사람들이 무신경했다.

정준영이 불법촬영을 시작했다고 알려진 2015년은 그런 영상이 '몰카'로 알려지며 광범위하게 소비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그런 영상이나 사진이 올라와도 사람들은 자극적인 오락거리 정도로 여겼고, 웹하드 업계는 그런 영상을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수익이 컸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즐겼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불법영상 시장이 공공연히 성장하는 데도 이렇다 할 처벌도 없었고,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모두가 이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정준영의 대화방에서 젊은 뮤지션들이 불법영상을 보고도 태연했던 이유다.

최근 몇 년 사이 성폭력이 크게 사회문제가 되면서 불법촬영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젠 몰카라는 단어도 조심할 정도가 됐고,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것만큼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사기관의 태도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을 성적인 희롱 대상으로만 여기고, 여성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일부 남성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일베에서 여친인증이라며 불법촬영 이미지를 공유하는 게 유행했을 정도다. 요즘엔 1인 방송이 뜨면서, 카메라를 들고 클럽 인근에서 여성들을 섭외해 술을 먹이며 성적인 방송에 이용하는 젊은이들도 나타났다. 그들이 그런 방송을 하는 이유는 많은 남성 시청자들이 호응하기 때문이다. 클럽이나 모텔 등에서 찍힌 불법영상들은 여전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유된다. 강남클럽의 여성 손님들이라며 선정적인 사진들이 유포되기도 했다. 국내 단속이 심해지자 해외 메신저를 통해 불법영상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예비교사인 교대 남학생들까지 단톡방에서 여학우를 희롱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문화에 근본적인 반성이 있지 않으면 앞으로도 젊은 남성들은 여성을 희롱 상대로 삼으며 그들만의 '유희'를 즐길 것이고, 그런 남성들 중에서 연예인도 나올 것이다. 정준영과 그 친구들만 아주 이례적인 '괴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