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美해병대 복무 록웰씨
신흥사 '제반문' 목판 마지막 1점 반환
17세기 중후반 제작… 상태 매우 양호
사찰 일상 천도의식 담은 문화재 평가

신흥사 경판을 65년 만에 돌려준 리처드 록웰(가운데)과 지상스님(왼쪽), 안민석 의원.  신흥사 제공
신흥사 경판을 65년 만에 돌려준 리처드 록웰(가운데)과 지상스님(왼쪽), 안민석 의원. 신흥사 제공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장교에 의해 반출됐던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 있던 불교 경판이 65년 만에 제자리에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설악산 신흥사는 지난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군 출신 리처드 록웰(92) 씨로부터 '제반문'(諸般文) 목판 중 마지막 부분 1점을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속초시 인근 미군 해병대에서 복무한 록웰은 중위 시절이던 1954년 10월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신흥사에 들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신흥사 경내를 살펴보다가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한 뒤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가지고 갔다.

이후 록웰은 신흥사 경판이 중요한 문화재라고 판단해 유물을 한국에 돌려주고자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에서 장교로 근무할 때인 1953∼1954년에 촬영한 슬라이드 사진 279점과 경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속초시립박물관에 전했다.

속초시립박물관은 해외 문화재 조사와 환수 업무를 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유물 가치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조사결과 경판이 신흥사에서 반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재단은 지난달 '신흥사 경판 1점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출신 락웰씨가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신흥사에 돌려주고자 한다'는 사실을 신흥사에 통보했다. 유물 반환 의사를 전달받은 신흥사는 능인사 주지 지상 스님을 미국으로 보냈다. 스님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함께 록웰 자택을 방문해 조건 없이 경판을 자진 반환한 데 대해 사의를 전했다.

이번에 돌아온 신흥사 경판은 17세기 중·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판 크기는 가로 48.2㎝·세로 18㎝이며, 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제반문은 사찰에서 행한 일상의 천도의식과 상용(相容) 의례를 기록한 문서다. 원래 신흥사에 전해오던 제반문 경판은 전체 88장으로 구성된 총 수량 44점이 존재했다고 추정되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됐고 현재 신흥사에는 14점만 남았다.

이번에 반환된 경판은 제반문의 마지막 부분인 87∼88장에 해당하며, '연옥'(連玉)과 '김우상양주'(金祐尙兩主)라는 시주자와 관련된 정보도 추가로 파악됐다.

경판 환수 길에 동참한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귀중한 문화재인 경판이 65년만에 고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돼 고맙고 다행스럽다"면서 "앞으로도 라크마에 소장하고 있는 신흥사 영산회상도 등 해외에 반출돼 있는 많은 우리 문화재가 고국으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흥사 관계자는 "제반문 경판은 당대 경전 간행 과정과 승려들의 생활상, 불교의례, 인쇄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오늘부터 신흥사 유물전시관에서 전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는 20개국, 17만2316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43.38%인 7만4742점이 일본에 있으며, 두번째로 미국에 26.98%인 4만6488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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