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예타 면제 강펀치 이어 총선용 선심성 추경편성 초읽기 "세수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500조 넘는 초슈퍼예산 웬말" 미검증 미세먼지 대책 헛돈 우려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몽골·중국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대신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예산안 편성지침
브레이크 없는 재정 주도 성장으로 '나라살림'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복지지출과 미세먼지 대책, 남북 경협 대비 등으로 새롭게 큰 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데 세수 사정은 좋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선을 앞둔 선심성'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지난 1월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이어 최근 미세먼지와 일자리 확충·경제활력 대책 등을 망라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6일 윤곽이 드러난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역시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활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예산(총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훌쩍 웃도는 '초슈퍼예산' 편성이 확실시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고 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사회간접투자(SOC) 투자 확대까지 포함한 예산의 확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벌써부터 조세부담율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활력제고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압축되는 정부의 내년 재정운용 방침은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포용성 확대, 인구 감소 대비, 안전한 환경 등 네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1970∼1980년대 건설돼 노후화한 SOC에도 나랏돈을 쏟는다. 국민 안전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사고 위험이 큰 도로나 철도, 하천, 항만 등 기존 시설물에 대한 종합 진단체계를 구축해 맞춤형으로 돈을 쓴다.
올해 추경 편성 이슈로 주목받았던 미세먼지가 내년도 예산을 중점 투입할 항목 중 하나로 꼽혔다.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확대하면서 한국과 중국 공동으로 미세먼지 원인 연구 및 예보, 저감 조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국형 실업부조가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구직자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제도다. 정부는 경사노위 결의안을 바탕으로 세부 내용을 정할 계획이다. 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는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에게 6개월간 최저생계 보장 수준의 정액 급여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지원 대상은 추후 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내년도 예산을 중점 투자하기로 한 점도 이번 '2020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의 특징이다.
고용안전망 확충에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은 최악 수준의 일자리 대란과 분배 악화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 분야의 새로운 제도를 한꺼번에 도입하기는 쉽지만 이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순식간에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국가 부채문제에 대해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정적 재정수입 기반을 강화하면서 특별회계와 기금 재원의 효율적 활용과 민자 활성화 등을 통해 재정 투자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재정 수요는 커지고 세수 호조 추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각 부처가 주요 정책사업 및 신규사업 투자 재원은 원칙적으로 재량지출 10% 구조조정으로 우선 충당하도록 했다. '재량지출 10% 절감' 방침은 2018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발표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한 경제전문가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세입 여건이 빠른 속도로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 수록 '선심성 돈 풀기'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