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작년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급락에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미상환 잔액은 2배가량 늘어난 반면, 발행액은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국제 유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를 자산으로 한 DLS 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말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미상환 잔액은 7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1%(3826억원) 급증했다. 1년 만에 DLS 미상환 잔액은 2배가량 불어났다.

월별 기준으로 WIT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미상환 잔액 추이를 보면 증가 폭은 매월 커지는 추세다. 작년 5월(3589억원)까지 3000억원를 유지하던 미상환 잔액은 매달마다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작년 말 6743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1월에는 7074억원을 기록하며 7000억원을 처음 돌파하기도 했다.

원유 DLS는 통상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시작구간(녹인배리어)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미리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만기를 채우지 않고도 조기 상환하는 경우 많은데, 작년부터 WTI가 급락함에 따라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미상환 잔액도 급증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06달러(0.1%) 하락한 59.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10월3일 고점(76.41달러) 대비 22.7% 떨어진 수준이다. 그해 12월24일에는 고점 대비 44% 이상 하락한 42.53달러를 기록하며 손실 위험이 커졌지만, 올해 들어 배럴당 60달러 가까이 회복하며 부담을 덜었다.

손실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미상환 잔액 증가로 재투자로 들어갈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떨어지자, 전체 원유 DLS 시장은 크게 침체된 모습이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발행액은 1월 300억원, 2월 402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달 전일 종가 기준으로는 3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2월 발행액(708억원)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작년 10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WTI가 박스권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DLS 시장의 침체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WTI가 40~60달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평가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10월 연고점에서 연저점까지 하락폭이 44.6%인 점을 감안하면 WTI는 절반 이상을 회복한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올해 작년 평균치인 65달러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저유가 정책으로 베네수엘라(4월 28일) 및 이란(5월 4일) 제재지연 가능성이 높고, 6월 석유수출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연장 가능성 약화와 하반기 이후 미국 셰일생산 증대 등 원유공급 확대 이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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