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 썬'에 대한 경찰수사가 폭력사건에서, 마약수사로, 성매매 알선으로, 불법촬영 영상물의 공유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얼핏 나비효과처럼 계속되는 연결은 우리 사회의 낡은 실타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의 일탈은 웃자란 영상세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준영은 여자친구 혹은 아는 여자 지인들과의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하여 친구들과 공유하였다. 상대 여성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은 물론, 본인 행위가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친구들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공유 영상물을 즐기었다. 정준영은 과거에도 그러했다. 지난 2016년 여자 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KBS 간판 예능 '1박2일' 프로그램에서 하차됐다가 4개월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그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보면 포르노 중독자처럼 포르노 속의 현실과 실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르노는 우리 시대의 위선을 상징하는 용어이다. 포르노로 통칭되는 '노골적인 성표현물'(Sexually explicit material)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양이 유통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를 불법 음란물로 규정해왔다. 정부가 실효성 없는 차단과 단속을 외치는 동안 포르노는 거침없는 일상이 되었다. TV프로그램에서 야동(야한 동영상)에 대한 출연자들의 언급도 스스럼없다. 초등학생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포르노를 접한다는 보도가 전혀 새롭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란물을 막기 위한 https 차단조치에만 골몰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고루함을 넘어 애처롭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 외국에서는 포르노를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른바 '포르노 리터러시'(Pornography Literacy)이다. 포르노가 사람들의 생각, 태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시킴으로써 청소년들의 성폭력과 데이트폭력의 가해 및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포르노 리터러시는 포르노 속의 현실이 일상 현실과 다른 픽션(fiction)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부터 출발한다. 실제 많은 포르노에서 여자주인공은 처음에는 남성을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성관계를 즐긴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또한 여성들은 언제나 성관계를 즐기는 객체로 묘사된다. 이는 잘못된 강간 신화(rape myth)를 퍼뜨린다. 즉 '여성의 노(No)를 노(No)가 아니다'라는 식의 잘못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를 무분별하게 소비했을 때에는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포르노 현실을 그대로 믿게 된다.

국내에서 포르노 리터러시를 강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 풍속에 관한 죄'(형법 22장)에서 포르노를 제작, 유통, 전시하는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여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포르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불법을 장려하는 행위로 오인되기 십상이다. 또 포르노 제작이 불법이다 보니, 국내에서 유통되는 포르노는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제작되어 인터넷사이트나 웹하드 등을 통해서 불법으로 유통된다. 국내에서 제작된 포르노는 대부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된 동영상이다. 그렇기에 포르노가 합법화된 국가보다 불법촬영 성관계 동영상이 더 많이 유통된다. 또한 연인관계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이별 이후 퍼뜨리는 '리벤지 포르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경 없는 포르노는 우리의 성도덕(sexual moral)을 바꾸어놓았다. 단순히 일부 https의 단속만으로 공급을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르노를 합법화해달라' '야동을 풀어달라' '리벤지 포르노를 금지시켜달라' 등 포르노와 연계된 청원만 538건에 달한다. 타인의 영상을 불법촬영한 동영상이 유통되는 것은 개인의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로 지속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또 이들 동영상을 유통시켜서 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포르노를 불법으로만 간주, 단속과 외면을 반복하기보다는 포르노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대한 포르노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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