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내 토종 자동차 업체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지엠(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3개사는 모두 경영난에 시달리다 새 주인을 맞이했다. 편의상 국내 완성차 5개사로 분류할 뿐 사실상 '무늬만 국산차'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던 국내 타이어 3사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작년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인수됐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군침을 흘리던 해외 자본은 상대적으로 국내 정서를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이런 정서의 간극은 '파열음'을 낸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해외자본과 강성 노동조합의 이견차가 대표적이다. 해마다 '탈(脫)한국'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해외로 팔려나간 업체들…해마다 불거지는 '철수설' =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모두 해외자본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M의 대주주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이며,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각각 르노그룹(Renault Group BV),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이다. 르노삼성은 2000년 프랑스 르노로 인수됐고,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사들였다. 쌍용차는 2005년 1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이후 2009년 법정관리를 거쳐 2010년 현재 주인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매각 이후 해외 업체의 생산기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곧 차량 생산에 있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 손을 털고 나갈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 사슬처럼 연계된 자동차 산업 특성상 원청이 무너지면 협력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도미노 현상'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탈한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업체들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금호타이어도 작년 새 주인을 맞았다. 회사 주인이 바뀐 것은 지난 1960년 설립 이후 58년 만이다. 중국 더블스타는 작년 7월 6463억원을 투자해 지분 45% 확보하며 금호타이어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더블스타는 인수 작업을 본격화한 이후부터 절대 '먹튀'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과거 쌍용차의 상하이차 인수 당시를 회자하며 일각에선 중국 자본은 믿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 주인들, 노조에 '화들짝' = 해외로 팔려나간 완성차 3개사를 비롯, 금호타이어는 모두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을 두고 있다. 국내서 '강성'으로 분류하는 이들 노조는 매년 임금과 단체협약 과정에서 사측과 불협화음을 냈다. 해마다 이를 지켜본 한국 기업으로서는 제 아무리 경쟁력 있는 회사가 시장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떠안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유일한 토종업계인 현대·기아차만 보더라도 노조의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매출 손실을 빚고 있다"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업체를 대주주로 둔 업체는 대부분 강대강(强對强)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수익성을 중시하는 사측의 이해관계가 상충했기 때문이다. 잠잠했던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6월 시작한 임단협을 아직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결국 르노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을 '볼모'로 노조를 압박하는 초강수를 뒀다. 작년 기준 로그는 르노삼성 전체 생산량 48%를 차지한다. 노조 측 역시 파업으로 맞불을 놓으며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다.
부도 문턱을 간신히 넘은 이후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던 한국GM도 다시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노조에서 사측이 연구개발(R&D) 신설법인 근로자에게 적용할 단체협약으로 차별성과급 도입 등 기존 협약에서 후퇴한 내용을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조 측은 GM이 신설법인에 배정했던 신차개발 물량을 중국으로 넘기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M 노조는 "전면파업을 비롯, 노조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