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현금 보유액이 25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자규제 강화, 법인세 인상 등 반(反)기업 규제로 주요 대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17일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의 201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은 총 248조3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의 221조350억원보다 12.2%(27조780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이하 연결 현금보유액)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 금융기관 예치금 등을 합친 금액이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의 연결 현금보유액이 125조39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22.6%(23조940억원)나 늘어난 숫자다.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연결 현금보유액이 1년 전보다 24.7%(20조6090억원) 증가한 104조2140억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단일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번에 연결 현금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연결 현금보유액은 42조798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작년 영업실적은 부진한 편이었지만 현금보유액은 1.2%(4990억원) 늘었다. 계열사 가운데 현대모비스의 연결 현금보유액이 11.8%(1조640억원) 늘었고 현대차도 2.9%(4830억원) 증가했다.
연결 현금보유액 3위는 SK그룹으로 3.5%(9780억원) 늘어난 28조5500억원이었다. 이밖에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도 연결 현금보유액이 증가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연결 현금보유액이 51.4%(2조9060억원)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LG그룹은 지난해 연결 현금보유액이 13조7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0.1%(90억원) 줄었다. 롯데그룹은 8조5510억원으로 11.8%(1조1420억원) 감소했고 GS그룹은 2조9940억원으로 25.8%(1조400억원)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104조2140억원), 현대차(17조500억원), SK(11조10억원), 포스코(10조6780억원), 현대모비스(10조1080억원) 등이 10조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출자규제 강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규제에 국내 투자가 위축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즉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벌어들인 돈을 곳간에 쌓아둔다는 설명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설비투자지수는 16.6% 감소하며 전월(-14.9%)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산업별로 기계류가 전월(-21.5%)에 이어 큰 폭의 감소(-21.4%)를 기록했고, 운송장비는 전월의 증가(5.5%)에서 소폭의 감소(-0.1%)로 전환됐다.
KDI 측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폭이 확대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도 투자의 둔화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수출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