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일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IS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는 오는 22일 현대차 주총에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서 모두 회사 측에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가 엇갈린 권고를 내놓으면서, 열흘 앞으로 다가온 주총 표대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엘리엇의 파상 공세가 계속되자 그동안 경영진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던 현대차 노조가 "엘리엇이 먹튀 배당과 비정상 요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회사 측에 힘을 실어주고 나서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11일(현지시간) 자문보고서를 통해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후보 2명과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3명 중 2명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두 명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했다. ISS는 "두 후보자는 이사회 경험이나 배경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큰 가치를 더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래스 루이스의 권고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글래스 루이스는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현대차 측이 선임하기로 한 사외이사 선임 3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었다.
양측의 권고가 엇갈리면서 현대차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ISS는 아울러 더 많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현대모비스 이사회를 9명에서 11명으로 확장하는 안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보수위원회를 설치하는 안 등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 안건에서도 찬성표를 권고했다.
다만 ISS 역시 엘리엇 측이 제안한 배당에 대해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문은 글래스 루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현대모비스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에 비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각각 보통주 1주당 3000원, 4000원을 각각 기말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한편, 엘리엇의 공세가 계속되자 이번엔 현대차 노조가 들고 일어섰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엘리엇이 현대차 경영상태 문제 제기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거론했다"며 "이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생산한 부가 가치와 공헌도를 전혀 고려치 않는 노동배제적인 태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엘리엇이 현대차에 주당 2만1967원, 총 4조5000억원을 요구하며 사외이사 3명 선임 요구 등으로 현대차를 더욱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헤지펀드 특유의 '먹튀' 속성으로 비정상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엘리엇이 주주 환심을 확보해 현대차그룹 2차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사전포석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 44.5%, 현대모비스 46.4%의 외국인지분으로 인해 이후에도 끊임없이 '먹튀' 배당을 비롯한 악질적 요구에 시달릴 것이라 판단한다"며 "올 임단협에서 공격에 대응하고 직원 급여에서 실질적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게 우리사주 매입 선택 제도 도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경영진에게는 "자동차산업 대전환기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고객의 요구와 트렌드에 맞는 신차 개발을 하고 잘못된 구태 경영을 쇄신, 경영 정상화를 통해 조합원 고용 안정에 더욱 충실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