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두산그룹이 과거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검찰총장 후보에서 낙마한 천성관 김앤장 변호사를 지주회사인 ㈜두산의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기업의 비리 등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 자리에 도덕적 흠결이 있는 인사를 굳이 영입하려는 배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천 변호사와 백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하기로 하고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
천 변호사는 사업연수원 12기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거쳐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임대소득 탈루 의혹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진 사퇴했다. 당시 천 변호사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구매 당시 거액의 돈을 빌린 정황 등 야당이 제기한 비리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해 이른바 '스폰서 검사'라는 딱지가 붙었다.
재계에서는 기업이 통상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서 후임을 정할 때 전임의 추천을 주로 참고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임인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추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 전 검찰총장은 현재 천 변호사와 같은 김앤장의 고문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 자리에 굳이 비리 의혹을 받았던 법조인을 영입하는 것을 두고 또 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2009년 당시 PD수첩 사건 등을 수사한 검찰 지휘라인에 있기도 했던 대표적인 MB라인 인사라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여부 등도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바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뽑는데 있어 전과 같은 법적인 문제만 없다면 주로 능력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굳이 논란이 될만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 관계자는 "추천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과거 송 전 검찰총장이 사외이사로 들어왔을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며 "전문성 측면에서는 검찰총장 후보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최근 3년 간 이사회 결의사항을 보면 사실상 모든 안건이 별 다른 문제 없이 가결된 만큼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도덕적 논란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만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산그룹은 2016년 박정원 회장(사진)체제 출범 이후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은 오는 5월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고, 두산중공업이 3000억원 규모로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룹 차원에서 위기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건설에 대한 '밑 빠진 독 물 붓기'식 지원으로 그룹 전체적인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6일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 등을 이유로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