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빌게이츠재단 지원 받아 소아마비 등 질병 혼합백신 개발 SK는 저개발국용 장티푸스백신 CJ, 수족구병 백신 상용화 추진
국내 기업들이 토종 백신 기술로 세계 영유아 보건시장 공략에 나선다. 과거 50~60년대 선진국으로부터 백신보급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백신기술을 수출하는 국가로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CJ헬스케어 등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소아마비, 장티푸스, 수족구병 등을 예방하는 영유아 백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영유아 백신 공급난 해소에 기여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회사의 수익성까지 높이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읽힌다.
LG화학은 빌게이츠가 설립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하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총 1950만 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 받은데 이어, 최근 6가 혼합백신 개발을 위한 자금 3340만 달러(약 37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 간염, 뇌수막염, 소아마비 등 영유아에 치사율이 높은 6개 질병을 동시 예방할 수 있는 6가 혼합백신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이번 지원금을 임상시험과 백신 생산설비 확장에 사용해, 2023년 이후 국제 구호 입찰 기구인 유니세프 등을 통해 해당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빌게이츠재단과 협력을 시작한 소아마비 백신의 경우,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3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WHO(세계보건기구)의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은 6가 혼합백신 제품이 없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높은 접종편의성으로 전세계 백신 접종률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PQ 인증은 WHO가 저개발국·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PQ 승인을 받으면 유니세프, PAHO(범미보건기구) 등이 주관하는 국제 구호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UN 영유아 혼합백신 입찰시장 규모는 약 2억 도즈(1회 접종량)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저개발국용 장티푸스백신을 개발 중이다. 빌게이츠재단이 장티푸스백신 개발비로 약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국제백신연구소에 지원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여기서 일정금액을 지원받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 동남아 등에서 해당 백신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백신은 2021~2022년에는 상용화될 전망이다.
국제 NPO(비영리단체)인 PATH와 차세대 소아장염 백신도 개발 중이다. PATH가 개발한 소아장염 백신기술을 바탕으로 PATH와 공동으로 차세대 소아장염백신을 개발해 저개발국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백신의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CJ헬스케어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예방백신후보주(엔테로바이러스 71형) 기술이전을 받아 수족구병 예방백신을 개발 중이다. 수족구병은 엔테로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주로 집단생활을 하는 생후 6개월~5세 이하의 아이들이 많이 걸린다. 아직 국내에 상용화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특히 CJ헬스케어는 이 백신으로 '세계 최초 2가 수족구병 예방백신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22년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도 기술이전 등 다양한 형태로 공략해 세계 최초 2가 수족구병 예방백신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기구·재단들이 백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것"이라며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게 되더라도, 공급량 자체가 많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