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설비투자지수 16.6% 감소
투자 둔화… 당분간 지속될 듯
수출 이어 내수까지 침체 조짐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제조업 성장엔진이 식어가면서 설비 투자가 절벽에 직면했다.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후퇴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 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1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3월호를 통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 폭이 확대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도 투자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의 동행지표격인 설비투자지수와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 등이 동시에 악화됐다. 1월 설비투자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류가 전달(-21.5%)에 이어 -21.4%에 달하는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운송장비는 전달의 증가(5.5%)에서 소폭의 감소(-0.1%)로 전환했다. 국내 기계 수주액도 전달의 증가(13.3%)에서 1월에는 감소(-9.3%)로 돌아섰고, 기계류 내수 출하지수도 -18.4%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지난 2월 자본재 수입액이 전년 같은달보다 36%나 격감하는 등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크게 나빠졌다. 자본재 수입액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지난 1월(-21.1%)보다도 감소 폭이 확대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자본재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1.5%, 12월 -23.1%, 올해 1월 -21.1%, 2월 -36.0%를 기록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침체 정도가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 부문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받쳐주며 '경기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소비부문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한국경제 버팀목이었던 내수마저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자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KDI는 2월 소비재수입이 1월의 증가(5.0%)에서 2월에는 큰 폭의 감소(-7.3%)로 전환되면서 소매판매액의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KDI는 투자·수출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 KDI는 5개월 연속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비 증설 등이 일단락되면서 그간 수면 아래 있던 투자 부진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이미 성장잠재력 확충에 직결되는 투자가 버티는 힘을 잃은 지는 오래"라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토목 부문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착공이, 건축 부문에서는 공공주택 발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환경 악화와 인건비 증가 등의 이유로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이전된 것도 설비 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전년의 거의 배 수준(92.7%)으로 늘어난 163억7000만달러(약 18조6126억원)에 달했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투자액과 증가율면에서 모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반면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청치'를 보면 지난해 설비투자는 -1.6%를 기록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수한 실력을 갖춘 제조업체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업체들도 글로벌 경기 악화 등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