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내 주유소 150개가 매년 문을 닫고 있다. 주유소 거리 제한 철폐로 우후죽순 생겨난 주유소 간 경쟁 심화가 결정타였다. 여기에 정부의 알뜰주유소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자동차 업체의 연비 개선과 친환경차 전환도 한몫했다. 수익성 악화에 폭리를 취한다는 따가운 시선은 경영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주유소=황금알'이라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이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들은 주유 사업 외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다른 사업을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주유소'를 늘리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개인사업자는 비용 부담 문제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폐업에도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주유소가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국내 주유소 4년 연속 감소…연평균 150곳 문 닫아 = 11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영업 중이라고 보고한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76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196곳 줄어든 것이다.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2015년 이래 4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4년 7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2345곳이었다. 이후 2015년 2월 말 기준 1만2364곳으로 7개월여 만에 19곳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줄곧 감소했다. 2016년 2월 말 기준 1만2160곳으로 1년 전보다 204곳이 줄었고,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284곳으로 또다시 1년 전보다 76곳이 감소했다. 작년 2월 말 기준으로는 1만1965곳으로 나타나 1만2000개 선이 무너졌고, 1년 전과 비교해는 119곳이 줄었다. 최근 4년간 연간 평균 149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주유소 폐업, 수익성 악화 탓…"배보다 배꼽이 크다" = 주유소가 문을 닫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지목된다. 주유소 업계는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유소 입장에선 이런 악화한 수익성에 '폭리'를 취한다는 소비자들의 뭇매까지 맞는 게 부담스럽다.
주유소업계는 폭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유류세'를 꼽는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부과금 △수입 관세 △부가세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비중이 가장 큰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수입 부과금은 유가 동향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적용되는데, 업계는 이를 휘발유 가격 비탄력성의 주범으로 꼽아왔다. 유류세 인하 정책 시행 전 기준으로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대기업, 하이브리드 주유소 전환 시도 = 에쓰오일은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의 하이웨이주유소에 국내 주유소로는 처음으로 스마트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30평 규모의 이 주유소는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카페형 콘셉트다.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정비·세차 서비스는 물론 전기차 충전, 전기차 셰어링, 전기차 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 위한 '융복합 스테이션' 개발을 위해 올해 초 LG전자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GS칼텍스는 SK에너지와 주유소 거점의 택배 서비스인 '홈픽'과 주유소 내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수신, 중고물품 거래, 세탁물·물품 보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큐부' 협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진퇴양난' 개인사업자 = 주유소를 운영 중인 개인사업자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진다. 주유소 사업을 철회할 경우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하는데, 시설 철거비까지 합치면 주유소 한 곳당 폐업 비용만 약 1억5000만원이 소요된다고 업계는 추산했다.
개인사업자도 전기차 증가 등에 대비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병행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직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위해 선뜻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토지 정화 비용과 시설 철거비 등 폐업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과 휴업을 반복하는 주유소도 1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
에쓰오일 하이웨이주유소에서 국내 주유소 최초로 문을 연 미래형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모습. <세븐일레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