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올해 코스피 반등 주역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멈췄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의 중국A주 비중 확대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탓이다.
11일 오후 2시 기준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이날 현재까지 코스피시장에서 808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28일 이후 7거래일 동안 하루(6일)를 제외하고 연일 팔자 행진 중이다. 외국인은 집중매수에 나섰던 SK하이닉스(2752억원), 삼성전자(2380억원)를 비롯해 KB금융(1887억원), 삼성전기(1174억원), 현대차(1035억원) 등을 차례로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은 8122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26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0.61포인트 하락한 2136.83을 기록하며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4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상승랠리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올 들어 외국인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4조646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7일 2234.79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9.5%에 달한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2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오는 14일 동시만기 전후 수급 변동성 확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 수급 영향에서 벗어난 업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북미 양국의 관계는 안갯속에 휩싸였다.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하고서 이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여기다 MSCI가 EM 지수의 중국 A주 편입비율을 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국 증시로 넘어간 점도 원인이다. 상해종합지수는 연초(2465.29) 대비 이날 오후 2시 현재(3006.19)까지 21.94% 급등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은 감소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둔화 우려도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사 174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대비 9.4% 감소한 159조2750억원으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