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릴 복, 마귀 마, 전각 전. 중국의 고대소설 '수호지'(水滸誌) 첫 머리에 양산박 108 호걸을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말이다.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殿閣)이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를 지칭한다. 요즘은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지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신문 기사 제목에서 단골로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수호지는 송강 이규 노지심 무송 등 양산박 108명의 호걸이 어떻게 사람으로 환생했는 지를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복마전은 이들이 환생하기 전에 '마왕'으로서 갇혀 살던 곳이었다. 북송 인종(仁宗) 때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았다. 인종은 용호산에 사는 유명한 도사 장진인에게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대장군 홍신을 파견한다. 산에 도착한 홍신은 도사가 출타한 틈을 타 도관을 구경하던 중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린 전각을 발견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홍신은 전각의 문을 열고 그 곳 한복판에 박혀있던 석비를 파냈다. 그러자 그 밑에 갇혀 있던 마왕들이 뛰쳐나왔다. 때마침 돌아온 장진인은 "이 곳에 가두어 둔 108명의 마왕이 풀려났으니 나라에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고 예언한다. 풀려난 마왕들이 사람으로 환생한 것이 바로 양산박 108 호걸이다.

요즘 각종 비리와 부정, 갑질 폭행,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사 등 막장 드라마가 연일 터져나오면서 나라 전체가 복마전이 된 듯하다. 작년 총체적 비리가 드러나 '복마전'이란 불명예를 안은 유치원들이 얼마전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더 그런 느낌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개학 연기를 강행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집단행동'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들은 넘쳐나는 '복마전'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원래 복마전은 어둠 속이 제 자리다. 복마전을 뛰쳐나온 마왕들을 다시 복마전으로 몰아넣고 문을 밀봉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가 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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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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