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들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확산 방안'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부장관과 각 경제부처 차관들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합동 브리핑했다. 노사민정(勞使民政)이 일자리를 창출하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보조금,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혁신적인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믿음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통계청이 이틀 후 발표한 취업자수 통계를 보면 1월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1만9000명 증가에 그쳐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장기실업자수가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신규실업자까지 늘어 실업이 질적·양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월3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신년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만난 참모진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작년 말부터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경제수장을 보필해야 하는 입장에서 참모들 역시 국민들에게 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출입기자단의 관심은 성 장관의 입에 쏠렸다.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찾기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산업통상부가 다음날(2월1일) 발표한 1월 수출 실적은 -5.9%를 기록했다. 작년 12월(-1.2%)보다 마이너스 수치가 몇 배 더 커졌다. 지난 4일 발표된 2월 수출실적은 -11.1%로 두 배 이상 고꾸라졌다. 성 장관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 정책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 인천공항 화물터미털 현장 방문이 약속돼 있었지만 이날 밤 늦은 시각까지 출입기자들에게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때 아닌 시련의 날을 보내고 있다. 새 정책을 구상하고 기존 정책을 집행·관리·감독해도 부족할 시간에 해명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시간을 더 보내고 있다. 낙제점 수준의 경제지표를 국민에게 공개하기 전 대안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여론 악화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핑계거리를 찾는 것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사건이 터진 후 뒤늦게 수습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담담하게 대안을 내놓는 게 실익이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0%를 육박하는 걸 보면 부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통할까. 정책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쇼(SHOW)통' 방식으로 발등의 불만 끄려고 하면 다가올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 안아야 한다. 수출이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취업자 수 증가율은 매달 하향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최하위 20%(1분위) 계층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반면 소득최상위 20%(5분위) 계층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전력을 다해 해소하겠다고 천명한 소득양극화가 더 악화됐고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인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2030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조차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높은 임금에 일용직 직원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부진한 성적표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경제 수장과 장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데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역시 곱씹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출발점부터 오류가 없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오류가 있다면 곧바로 수정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문 정부의 근간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부터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출과 기업 중심의 경제가 정권에 의해 한 순간에 비주류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소득'(임금)이 주도하는 분배우선 정책이 차지하면서 민간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는 아무리 명분으로 메우려 해도 한계가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더 늦으면 정부 경제관료 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지친다.